‘정부 강제징용 해법’이 쏘아 올린 ‘친일’ 논란…“尹, 법치 짓밟아”

‘정부 강제징용 해법’이 쏘아 올린 ‘친일’ 논란…“尹, 법치 짓밟아”

정부, ‘제3자 변제 방식’ 해법 공식 발표
與 “국제법 어길 수 없어”·野 “日 정부에 ‘면죄부’”
박상병 “미국 잡지 않으면 尹 외교적 고립”

기사승인 2023-03-08 06:00:05
야권과 시민사회 단체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제3자 변제 방식 등 강제징용 해법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열었다.   사진=안소현 기자

윤석열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일제 강제징용 해법으로 ‘제3자 변제’ 방식을 공식 발표했다. 여당은 한일관계 정상화가 우선이라며 옹호했고 야당은 ‘친일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8일 쿠키뉴스 취재에 따르면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침을 둘러싸고 여야의 갈등이 첨예하다. 제3자 변제는 지난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국내 재단이 대신 판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에 일본 피고 기업의 참여가 없는 ‘반쪽짜리’ 해법이라는 비판이 있자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동의하지 않는다”며 “일본으로부터 새 사죄를 받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강제징용 피해자·유족들이 정부의 구성을 이해해줬다는 말도 덧붙였다.

여권에서는 이를 환영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문가들도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해온 방안”이라고 호평했다.

일본과 미국도 각각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양국 관계를 건전한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이번 발표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한일 양국 파트너십의 새로운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야권에서는 반발이 거세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본정부의 죗값을 영원히 덮고 ‘묻지마 면죄부’를 준 꼴”이라며 “정부가 기업의 팔을 비틀어 출연금을 내는 순간 그 기업은 친일기업으로 역사에 낙인찍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커뮤니티에서도 해당 문제에 대해 논쟁하고 있다. 2030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제3자 변제 방식’과 관련한 글이 올라오자 한 이용자는 댓글로 “화이트리스트 재등재라도 확정 짓고 발표하든가 말 그대로 얻은 게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이용자 또한 “일본에게 ‘남는 장사’”라며 “그냥 돈 안 받아도 되니까 일왕이 무릎 꿇고 사죄하는 것 하나 보고 싶다”고 질타했다.

전문가는 제3자 변제 방식이 ‘법치를 짓밟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7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일본 전범 기업들이 피해자에게 보상하라고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 가해자가 아닌 우리 기업들에 대신 (배상)하라고 하는 건 법치를 짓밟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미국 같은 국가가 긍정 평가를 하는 것은 일본을 앞세우기 위해서”라며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본을 전쟁 가능 국가로 만드는 데 전면에 미국이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그동안은 과거사 문제 때문에 걸림돌이 있었기에 미국이 반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재팬(반일 불매 운동)’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정권이 바뀌었다. 국민의 반은 윤 대통령을 지지할 것이기 때문에 (현재 해법이) 비판받아도 그냥 하고 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풀어나가면 선거를 버텨낼 순 있어도 ‘조아리는 외교’를 피할 수 없다고 봤다. 박 평론가는 “윤 대통령은 미국을 잡지 않으면 외교적으로 고립된다. 아시아에서 우리나라를 지지해주는 나라가 없다”며 “이런 식으로 선거를 버텨내면서 ‘조아리고’ 있다. 피눈물 나지만 정치는 그렇게 가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편 제3자 변제 방식에 따르면 재원 마련은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청구권자금 수혜 기업들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우선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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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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