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보증금 미반환(전세사기) 사태로 시름거리고 있다. 인천도 마찬가지다. 인천에서만 지난해 1556건이 발생했다. 전국(5443건) 29%에 달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피해지원센터는 이처럼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어둠 속을 헤매고 있는 이를 위한 출구다. 지난해 9월 말 서울 강서구 화곡동 개소했다.
7일 기자가 들른 인천센터는 지난 1월말 문을 열었다. 인천센터는 더샵부평센트럴시티아파트 127동 옆 상가 건물 3층에 있다. 지하철 1호선 동암역에서 걸어서 15분 거리다. 인천 시민이 화곡동까지 상담을 받으러 가기 어려워서 임시로 마련됐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운영한다. 접수를 돕는 이지섭 주무관에 따르면 개소 후 많은 피해자가 다녀갔다. 예약도 받다보니 휴일엔 상담이 끊이질 않고, 적어도 하루 평균 10명 이상이 들른다고 한다. 기자가 방문했을 땐 의외로 젊은 남성 한 명만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이 주무관은 인천 전세사기 피해 유형을 두 가지로 구분했다. 하나는 ‘집단적’이라는 것. 그는 “건물 한 채가 통째로 보증금을 날리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또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된 상태에서 후순위로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가 피해를 본 사례가 많다.
희생자 대부분이 젊은 세대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106건 피해자 68%가 2030대고, 수도권에 집중돼있다. 서울 53%, 인천 35%, 경기 11%를 점한다. 실제 인천센터에 상담을 받으러 오는 이들 중엔 2030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인천 피해지역이 광범위하지 않고 임차보증금도 대부분 1억 미만 소액이다.
센터는 법률·금융·긴급주거지원 상담을 해준다. 이중 긴급주거지원은 전세피해 사실만 입증하면 6개월에서 최장 2년까지 거주지를 마련해주는 제도다. 홀로 장애 아동을 키우는 아주머니도 센터에서 도움을 받았다.
이 주무관은 “2월 초, 중순으로 기억한다. 젊은 아주머니가 유모차에 아이 태워서 오셨는데 얼굴이 많이 당황해있었다. 그 분 얘기를 들어보니 이혼하고 아이는 장애 판정을 받다고 하더라”며 “기존에 채무가 있었는데 보증금은 날리고 집주인은 한 달 이내 퇴거를 요청한 상태였다”고 당시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 때 LH에서 파견 온 직원이 조건이 맞다며 긴급주거지원 안내를 해줘서 안심하고 돌아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최근 안타까운 일을 겪었다. 보증금을 못 돌려받은 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시는 전국 최초로 전세사기 피해 실태를 조사한다. 10개 군·구에 전담부서를 지정하고 올 상반기까지 현장을 점검하기로 했다. 정부도 센터를 확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주무관은 “피해 초기고 시에서 전수조사를 할 예정이어서 피해규모는 증가하는 “전세사기는 미추홀구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다. 주민요구는 많은데 활동이 부족하다. 홍보가 잘돼야만 더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