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S 등 사이비 종교 피해,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JMS 등 사이비 종교 피해,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조성현 PD 기자간담회

기사승인 2023-03-10 13:12:13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를 만든 조성현 PD. 넷플릭스

대한민국이 분노로 들썩이고 있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등 사이비 종교가 신도들을 상대로 성적·물리적 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역린을 건드린 주인공은 MBC 소속 조성현 PD. 그가 연출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이 지난 3일 공개된 이후 정명석 JMS 총재 등 사이비 종교 지도자들을 향한 울분이 들끓고 있다. 10일 서울 소공동 한 호텔에서 만난 조 PD는 “(사이비 종교 집단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는 신이다’는 정 총재의 여러 성범죄 혐의를 폭로한 1~3화를 시작으로 오대양(4화), 아가동산(5·6화), 만민중앙교회(7·8화) 등 여러 사이비 종교 지도자들의 악행을 들춘다. 방송은 5일 넷플릭스 한국 차트에서 tvN ‘일타스캔들’ 등 인기 드라마를 제치고 TV 시리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조 PD는 “많은 분에게 사이비 종교 안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알리고 사회에 화두를 던지고 싶었는데, 실제로도 그렇게 되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그는 애초 MBC 제작으로 ‘나는 신이다’를 기획했으나 내부 사정으로 무산돼, 넷플릭스로 발을 틀었다. 제작에 쏟은 시간만 2년. 사이비 종교 피해자 등 200여명을 만나 인터뷰했다. 방송사 제작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했을 결과다.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 총재.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예고편 캡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조 PD는 “인터뷰하기로 한 피해자가 당일 사라지거나 연락이 끊길 때가 제일 힘들었다”고 했다. 조 PD와 피해자를 향한 위협도 끊이지 않았다. 정 총재를 준강간 등 혐의로 고소한 홍콩 국적의 전 JMS 신도 메이플씨는 인터뷰에 참여하려 한국에 입국했다가 미행에 시달렸다. 조 PD 역시 “미행과 협박을 당했다”고 했다. 무엇보다 뒤늦게 얻은 두 자녀 걱정이 가장 크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 현장에도 보안요원이 여러 명 배치됐다. 넷플릭스 측은 “안전 문제를 막기 위해 조 PD는 간담회 종료 후 곧장 현장을 떠날 예정”이라며 “조 PD와 인사를 나누거나 명함을 받기 위해 접근하는 일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여러 어려움에도 조 PD가 사이비 종교를 파고든 것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제 가족과 주변 친구 중에 사이비 종교 피해자가 있다”고 했다. 조 PD는 “사이비 종교는 우리 사회가 길러낸 괴물”이라며 “정 총재는 수많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징역 10년형을 받았다. 반면 ‘미국판 JMS’로 불리는 워렌 제프스(몰몬교 지파 FLDS 지도자)는 종신형에 20년형을 더 선고받았다”고 꼬집었다. 사이비 종교 지도자들이 숱하게 범죄를 저지르고도 ‘메시아’로 군림할 수 있는 건 결국 “우리 사회가 너무 방관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 총재는 2018년 출소 후 또다시 피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방송 공개 이후 사회 곳곳에서 JMS 신도를 색출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반(反) JMS 단체 엑소더스를 이끄는 김도형 단국대 교수는 전날 KBS1 ‘더 라이브’에서 “KBS 내부에도 JMS 신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KBS는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아이돌 그룹 DKZ 멤버 경운도 부모가 JMS 신도라는 의혹을 받았다. 소속사 측은 “특정 단체와 관련된 모든 부분을 확인해 탈교하고, 향후 어떠한 관련도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조 PD는 조심스러운 반응이었다. 신도 역시 피해자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사회 고위층에도 사이비 종교 신도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면서도 “잘못을 저지른 건 신도가 아닌, 사이비 종교를 만들고 범죄를 저지른 교주 혹은 지도자들”이라고 강조했다.

조 PD. 넷플릭스

다만 ‘나는 신이다’가 성폭력 피해를 재현하는 방식에는 비판도 나온다. 신도들의 알몸을 모자이크 없이 공개하는 등 수위가 높고, 재연 배우를 동원하고 피해자의 외모를 부각해 피해자 중심 서사로 연출해 2차 가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최근 다큐멘터리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성폭력 피해 재현을 최소화하고,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 집중하는 것과는 차이가 난다.

조 PD는 이런 반응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성폭력 피해를)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를 두고 넷플릭스 쪽과도 이견이 있었다. 다만 저는 실제로 벌어진 일을 말이 아닌 그림으로 보여줘야 사람들에게 훨씬 직접적으로 다가갈 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 경험을 토대로 연출자에게 (넷플릭스가) 의견을 제안하고 있으나, 명문화된 가이드라인은 없다”면서 “제작자와 꾸준히 소통하되 제작자의 연출 의도를 우선해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조 PD는 “지금은 JMS에 관심이 쏟아지지만, 차츰 다른 종교로 관심이 옮겨가길 기대한다. 아가동산의 경우, 조만간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초반 SBS ‘그것이 알고 싶다’도 아가동산 반대로 관련 에피소드를 방영하지 못한 적 있기에 (해당 에피소드가 삭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보기 힘들어도 끝까지 보시고, 왜 사이비 종교 관련 범죄가 반복되는지 함께 고민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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