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전례 없는 감독 경질 사태에도…버티는 마음이 만들어낸 1위 [V리그]

흥국생명, 전례 없는 감독 경질 사태에도…버티는 마음이 만들어낸 1위 [V리그]

기사승인 2023-03-15 21:54:56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하고 기념 사진을 찍는 흥국생명 선수단.   한국배구연맹(KOVO)

시즌 중반 전례 없던 감독 경질 사태에도 흥국생명이 끝내 1위에 올랐다.

흥국생명은 15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6라운드 IBK기업은행과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세트 스코어 3대 0(25-15 25-13 25-16)으로 승리했다.

승점 3점을 획득한 흥국생명은 승점 79점(26승 9패)을 기록, 시즌 마지막 경기와 상관 없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지난달 7일 현대건설을 2위로 끌어내리고 선두에 오른 흥국생명은 2018~2019시즌 이후 4년 만에 정규리그 1위를 달성했다. 2위가 확정된 현대건설은 남은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해 승점 6점을 얻더라도 승점 76점에 그쳐 역전할 수 없다.

흥국생명은 플레이오프 승자와 오는 29일부터 우승 트로피를 두고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을 치른다.

시즌 중반 ‘감독 경질’이라는 풍파를 딛고 이겨낸 흥국생명이다.

흥국생명은 지난 1월 권순찬 전 감독과 김여일 단장의 동반 사퇴를 발표했다. 말이 사퇴지 사실상 경질 조치였다. 구단과 전술로 마찰을 빚고 있던 권 감독은 구단에서 쫓겨났다. 이영수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기도 했지만, 한 경기 만에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흥국생명 구단은 과거 4년간 수석 코치를 맡았던 김기중 선명여고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부담감에 못이겨 선임 4일 만에 감독직을 고사하겠다는 의사를 구단에 전했다. 이로 인해 김대경 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팀을 끌어갔다.

시즌 중반 감독이 갑작스럽게 물러나는 상황에 선수단은 혼란을 느꼈다. 구단의 말을 듣지 않으면 자신도 쫓겨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도 휩싸였다. 흥국생명의 에이스 김연경은 1월5일 GS칼텍스전 승리 후 “이런 일이 다신 안 나왔으면 좋겠다. 지금 같은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허탈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마음을 다잡고 다시 경기를 소화했다. 응원해주시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이를 악물고 경기를 뛰었다. 베테랑들은 후배 선수들을 독려하고 똘똘 뭉쳐 다시 팀을 이끌어나갔다.

팀에 유일하게 남은 김 코치도 감독 대행 역할을 맡는 동시에 코치 역할까지 소화했지만 팀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경기 전 미디어를 상대하는 인터뷰가 끝나면 곧바로 선수들의 워밍업을 도왔다.

위기 속에서도 흥국생명은 2위 자리를 지켜낸 흥국생명은 선두였던 현대건설이 부상자가 연달아 속출하면서 주춤하자 1위로 올라설 기회를 잡았다. 지난 2월7일 정규리그가 10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현대건설과 5라운드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둬 승점 동률을 만들었고, 끝내 뒤집기에 성공했다.

이후 흥국생명 구단은 유럽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을 영입해 굳히기에 나섰다. 7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구단에 합류한 아본단자 감독은 경기력 안정에 큰 힘을 실어줬다. 아본단자 감독 부임 후 흥국생명은 4승 2패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고,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은 뒤 김연경은 “시즌이 시작할 때는 이 정도로 성적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1위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며 "어려운 순간이 많았지만, 다 함께 힘을 합쳐 잘 이겨냈다. 선수 모두에게 고맙고, 권순찬 전 감독님께도 감사하다. 우승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본단자 감독도 “부임하기 전 팀이 1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흥국생명이 좋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면서도 “정규리그 1위는 김대경 대행의 역할이 컸다”고 공을 돌렸다.

화성=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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