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수원 삼성이 ‘리얼 블루’를 포기했다.
수원 구단은 4일 “제 8대 사령탑으로 김병수 감독을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내년 12월까지다.
수원은 지난달 17일 이병근 감독을 경질했다. 성적 부진이 이유였다. 이 전 감독은 7라운드까지 2무 5패에 그치는 등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 최성용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3경기를 더 치렀지만 모두 패배했다.
이 감독까지 물러나면서 수원의 리얼 블루 정책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수원은 2010년부터 윤성효 감독, 서정원 감독, 이임생 감독, 박건하 감독, 이병근 감독까지 구단 출신 인물들에게 감독직을 맡겼다. 구단 출신 레전드들을 감독으로 선임해 수원만의 전통과 문화를 이어가려 했다.
하지만 리얼 블루를 지향하는 기간에 수원은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 3회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소기의 성과를 거둔 감독들도 있지만 모두 끝이 좋지 않았다. 임기 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감독이 대다수였다. 이임생 전 감독은 591일, 박건하 전 감독은 587일 만에 물러났다. 이병근 감독은 부임 1년 만에 팀을 떠나며 수원 역대 최단 기간 부임 기록을 남겼다.
리얼 블루의 실패 요인으로는 ‘구단의 달라진 기조’가 꼽힌다.
수원은 과거 한 때는 국가대표 멤버가 즐비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를 빗대어 ‘레알 수원’이라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모기업의 주체가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뀐 뒤 투자가 줄기 시작하면서 수원은 중위권을 오가는 팀으로 전락했다. 팀의 주축 선수들도 젊은 유망주들로 채워졌다.
구단의 소극적인 투자는 내리막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계속해서 팀의 주축들은 빠져나갔는데, 주축 선수들을 대신할 만한 선수 영입이 적었다. 감독들은 언론을 통해서 ‘선수 보강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언급했지만, 구단은 이를 외면했다.
지도자 경력을 충분히 쌓지 못한 상태에서 감독을 맡아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이병근 감독을 제외하고는 앞선 4명의 감독은 전부 1부 리그 경험 없이 수원 감독을 맡았다.
지난 시즌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승강전을 치른 데 이어 올 시즌도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수원은 칼을 빼들었다. 구단 내부에서 인재를 찾기보다 외부로 눈을 돌렸다. 자신만의 플레잉 스타일을 바탕으로 한 축구 철학, 선수단 소통, 경기 대응 능력 등을 차기 감독의 조건으로 정했다.
신임 감독으로 낙점된 김병수 감독은 현역 시절 천재 미드필더로 각광을 받았다. 고질적인 부상으로 눈에 띄는 이력을 남기지는 못했다. 은퇴 후 영남대 감독을 거쳐 K리그2(2부리그) 서울 이랜드, K리그1 강원FC 감독을 역임했다.
김 감독은 영남대 감독 시절 많은 우승과 함께 K리그 정상급 선수들을 다수 육성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강원FC를 맡은 이후로는 공간에서의 수적 우위를 통한 볼소유와 패스를 바탕으로 경기를 지배하며 일명 ‘병수볼’ 바람을 일으켰다. 2019시즌에는 파이널 스플릿A 진출을 견인하기도 했다.
수원 구단에 따르면 김 감독은 구단에 팀 문제점 분석 및 개선점 제시에 가장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세부적인 디테일도 직접 제시했다. 구단은 “촉박한 시간에도 빠르게 선수단을 쇄신하여, 수원을 본 궤도에 올려놓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5일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를 현장에서 참관한 후 7일부터 본격적으로 새로운 코칭스태프와 함께 훈련을 진두지휘 할 예정이다. 10일에 열리는 전북 현대와의 홈경기에서 감독 데뷔전을 치른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