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전북 현대가 반등에 성공하면서 상위권을 위협할 존재로 거듭났다.
전북은 지난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14라운드 수원FC와 맞대결에서 3대 1로 승리했다. 백승호가 선제골을 넣은 뒤 이승우에게 동점골을 헌납했지만, 송민규와 박진섭이 차례로 득점을 넣었다.
승점 3점을 추가한 전북은 5승 3무 6패(승점 18점)를 기록해 리그 7위로 올라섰다.
전북은 매 시즌 초반부터 질주하지 않고, 천천히 기어를 끌어 올리는 ‘슬로우 스타터’ 기질을 보여왔다. 2019시즌부터 2021시즌까지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을 때도 시즌 막바지에 대역전극을 이뤄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올 시즌은 이전과 비교해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3승 1무 6패로 부진했고, 10위까지 추락했다.
기존 베테랑 선수들이 세대교체로 인해 팀을 한꺼번에 떠난 게 화근이었다. 전북은 올 시즌을 앞두고 김보경(수원 삼성), 이용(수원FC), 이승기(부산 아이파크), 최보경(수원FC), 이범수(부천FC) 등 팀의 전성기를 이끈 30대 베테랑들을 대거 떠나보냈다. 이들을 대신해 젊은 유망주들이 전북의 녹색 유니폼을 입었다.
선수들이 한꺼번에 바뀌면서 경기 조직력이 무너졌다. 공격 동선이 계속 겹치면서 득점 찬스를 무수히 놓쳤고, 수비진도 상대에게 손쉽게 득점을 허용했다.
팀의 고유 컬러인 ‘닥공(닥치고 공격)’도 자취를 감췄다. 닥공은 단순히 별칭을 넘어 전북 축구의 정체성을 상징했다. 전북은 1골을 내주면 2골을 넣어 승리를 쟁취했다. 하지만 전북은 올 시즌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경기당 1골을 넣는 데 그쳤다.
결국 팀을 이끌던 김상식 감독은 지난 4일 자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전북 구단은 김 감독의 의사를 수용했고, 김두현 수석코치에게 감독 대행직을 맡겼다.
김 수석코치가 지휘봉을 잡은 뒤 전북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김 감독대행 체제 후 전북은 4경기에서 2승 2무를 거두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김 수석코치는 전임 감독 시절과 달리 베스트 일레븐을 거의 고정해서 경기에 나서고 있다. 계속되는 조합 변화에 호흡이 맞지 않던 시즌 초와 달리 현재는 선수들이 좋은 조직력을 선보이고 있다.
전북은 경기 초반부터 몰아치는 전술로 재미를 보고 있다. 김 수석코치는 경기 시작부터 라인을 크게 끌어올려 압박을 통해 상대의 실수를 유발해 득점을 만들어 내고 있다. 김 감독대행 체제에서 치른 4경기 중 3경기에서 득점을 올렸는데, 첫 골은 모두 10분 이내에 나왔다. 이 중 2경기에서는 무려 경기 시작 1분 만에 득점을 만들었다.
백승호 활용법도 눈길을 끈다. 김 감독대행은 백승호를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로 주로 출전시키고 있다. 수비 가담이 줄어든 백승호는 공격 재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지난 10일 수원 삼성전에서는 멀티골을 터트렸고, 21일 수원FC전에서도 득점을 올렸다.
부상자들이 대다수 필드로 돌아온 점도 호재다. 최근 풀백 부재를 겪었던 전북은 김진수, 김문환이 부상에서 복귀한 데 이어 수원FC전에서는 최전방 공격수 조규성과 윙포워드 송민규까지 부상을 털고 출전했다.
파이널라운드B 추락을 우려하던 전북은 어느덧 상위권 팀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거듭났다. 2위 FC서울, 3위 제주 유나이티드, 4위 포항 스틸러스(이상 승점 24점)와 승점차는 6점에 불과하다. 이제 막 시즌이 중반에 접어든 것을 고려하면 언제든 쫓아갈 수 있다.
상위권 도약을 노리는 전북에 진정한 시험대가 열린다. 전북은 오는 29일에는 포항과, 다음달 3일에는 울산 현대를 상대한다. 두 팀을 상대로도 승점 획득에 성공한다면, K리그1 순위표는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