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놓고 여야가 ‘안전’을 주제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국민의힘은 야당이 근거 없는 선동으로 공포감을 조성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과정을 점검하는 한국 정부 시찰단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관리 실태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들은 22일부터 일본에서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24일까지 오염수 관리 실태를 확인한 뒤 25일에는 현장점검 내용을 바탕으로 심층 기술 회의·질의응답을 진행하기로 했다.
시찰단은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을 비롯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전·방사선 전문가 19명,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환경 방사능 전문가 1명 등 21명으로 구성됐다. 이와 관련해 야권에서는 민간 전문가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지난 20일 공동성명에서 “IAEA(국제원자력기구) 안전 기준과 국제법에 따라 수행될 IAEA의 독립적 검증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IAEA는 조만간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6차 보고서를 발표하고 관련된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IAEA는 오염수 관련 5차 보고서에서 일본 측이 선정한 핵종들이 방사선학적으로 중요한 핵종들이고 인체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종들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나뉘었다.
WTO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과정에서 한국 측의 자문위원이었던 티머시 무쏘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교수는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염수 방류를 우려했다.
그는 “오염수에 노출될 수백 종 생물의 유전 정보를 주기적으로 채취해 비교해가며 포괄적 수준으로 생물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측에서 주장하는 안전 평가를 믿기 어렵고 오염물질이 바다에 들어간 후를 예측할 수 없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반면 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대학 명예교수는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로 된) 물을 마신다고 해도 2주 정도 지나면 (방사선 수치가) 완화될 거다. 10배 정도 물도 더 마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앨리슨 교수는 “일반적으로 받을 수 있는 (방사선량) 부분과 비교했을 때 그렇게 높은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뉘는 만큼 여야도 공방을 펼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오염수 방류를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대책위원장인 위성곤 의원은 21일 SNS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의 ‘빈손 귀국’은 용납 못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오염수 탱크 속 모든 방사성 물질을 알프스(다핵종제거장치)가 안전하게 처리하는지, 삼중수소 외에도 세슘·스트론튬·요오드 등 치명적 방사성 물질들이 제대로 걸러지는지 모든 자료를 확인하고 일본 측이 제공하는 정보가 부족하면 강력히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소모적 논쟁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를 ‘반일 선동 집회’로 규정하며 “‘돈 봉투 전당대회’와 ‘김남국 게이트’로 촉발된 국민적 비난의 눈을 돌리겠다는 목적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유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의 ‘광우병 괴담’과 ‘사드 괴담’으로 소모적 논쟁과 국론 분열, 국익에 심각한 손해를 끼쳤던 것을 국민께서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 정치권에서는 국민 설득이 부족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익명의 국민의힘 관계자는 본지에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이를 설득하지 못하면 국민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IAEA의 보고서 내용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용어도 ‘오염수’에서 ‘처리수’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도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방사성 물질이 세계적으로 퍼진다는 공포가 조성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과학적 증명’이 우선”이라며 “이 경우 국민 불안감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