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대전 하나시티즌)가 부상을 털고 에이스의 품격을 드러냈다.
배준호는 2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20세 이하) 월드컵’ 에콰도르와 16강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 한국 U-20 축구대표팀의 3대 2 승리를 이끌었다.
이번 대회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배준호는 그간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 넘겼다.
배준호는 이번 대표팀의 에이스로 평가 받던 선수였다. 이번 대표팀에는 K리그1(1부리그) 소속 선수들이 많았지만, 주전급 선수들은 드물었다. 이 중 배준호는 사실상 유일한 K리그1 주전 선수였다. 강성진(FC서울), 이영준(수원FC) 등은 아직까지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했다.
지난해 자유선발을 통해 대전 유니폼을 입고 프로 데뷔한 배준호는 K리그2(2부리그) 8경기와 승강 플레이오프 2경기에 출전했고, 대전 B팀이 나서는 K4리그에서 꾸준히 뛰며 경험을 쌓았다.
팀이 K리그1로 승격한 이번 시즌엔 주축급으로 발돋움했다. 4월부터 이민성 감독에게서 기회를 받기 시작해 이미 K리그1 7경기에 출전했다.
이로 인해 그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높았다. 유럽 유수의 팀들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에이스 상징인 등번호 10번도 달았다.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 허벅지 내전근 부상을 입었다. 결국 프랑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 땐 벤치를 지켜야 했고, 온두라스와의 2차전엔 선발로 나섰으나 큰 활약을 보이진 못한 채 후반전 초반 교체 아웃됐다.
16강 진출이 이미 확정돼 로테이션이 가동된 감비아와의 3차전에선 후반전 교체로 투입됐다. 16강전 경기에도 출전이 불투명했지만 선발로 돌아와 펄펄 날았다.
이날 선발 출전한 배준호는 전반 11분 날카로운 크로스로 이영준(김천)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이어 전반 19분에는 박창우의 패스를 중앙에서 감각적인 터치로 받은 뒤 상대 선수들을 속이고 침착하게 오른쪽 골문을 노려 득점을 마무리했다.
공격 포인트 외에도 배준호는 공격 전개의 중심에 섰다. 패스를 꾸준하게 뿌리면서 공격을 시도했다. 패스가 여의치 않으면 직접 드리블로 공간을 만들었다. 전반전에 상대 수비수 1명을 앞에 두고 마르세유 룰렛을 성공 시키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에도 배준호는 남미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 개인기를 활용해 경기를 조율하면서 에콰도르 수비를 계속 위협했다.
배준호까지 살아나면서 더욱 공격진에서 활용할 카드가 많아진 김은중호다. 김은중호는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공격으로 정면 대결에 나설 전망이다.
한편 FIFA도 이날 배준호의 활약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FIFA는 공식 홈페이지에 “배준호가 에콰도르 수비 뒷공간을 향해 매혹적인 크로스를 올렸고, 이영준이 논스톱으로 골문 구석에 꽂았다. 이어 배준호는 에콰도르 수비수를 당황하게 만든 두 번의 특별한 터치로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라고 전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