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가 하반기에 더 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역전세란 전세가 하락으로 재계약 시 임차인에게 돌려줄 보증금이 더 많아진 상황을 의미한다.
김승준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9일 리포트에서 “역전세 거래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데 그 빈도가 점점 잦고, 하반기로 갈수록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아파트 전세가격이 최고점을 찍은 시기는 2021년 9월부터로 현재 낮아진 전세실거래가격과 차이가 약 14%(전국)”라며 “전세가격이 빠지기 시작한 시기가 지난해 6월부터여서 약 9개월 이상 역전세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역전세는 전세시세가 기존 보증금보다 떨어진 경우를 말한다. 가령 임대인과 계약한 전세보증금이 3억 원인데, 전세가가 2억5000만 원으로 떨어지면 임대인은 재계약시 5000만원을 임차인에게 물어줘야 한다.
하반기 역전세는 가시화하고 있다.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국 전세계약 중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지난해 1월 25.9%(51만7000가구)에서 올해 4월 52.4%(102만6000가구)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서울만 하더라도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이 48.3%(27만8000가구)다. 경기⋅인천(56.5%), 비수도권(50.9%) 보다도 높은 수치다.
김 애널리스트는 “7월까지 꾸준하게 증가한 이후로 월 평균 5만3000건의 역전세 물건이 1년 동안 지속될 수 있는데 이는 월평균 전세거래량의 45%에 해당하는 수치”라며 “거래되는 전세 둘 중 하나는 역전세”라고 강조했다.
전세거래 중 갭투자 비중이 큰 점도 문제다. 갭투자는 전세를 끼고 집을 구매하는 건데, 지금처럼 역전세가 심해지면, 자금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임대인은 차액을 돌려주지 못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매매가도 떨어질 수 있다. 빚을 내든 여러 수를 동원해 역전세를 막아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 상황을 겪을 수 있다.
김 애널리스트는 “2021년에 약 24만 건이 갭투자로 계약됐고 연간 전세거래량 18% 수준”이라며 “만기가 도래하는 2023년에 전체 전세거래의 약 20%는 역전세난 갭투자 물량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