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태원 특별법)’ 제정을 놓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유가족은 단식 농성에 돌입하며 여야 합의를 이끌기를 촉구하는 상황이다.
23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여당의 반대로 상정이 안 되고 있다가 발의된 지 꼬박 두 달이 지나 겨우 상정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용 의원은 “유가족에게 법안을 먼저 만들어오면 검토해보겠다고 올해 초 말씀하셨던 게 국민의힘이다. 조항 하나하나 소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조율할 수 있다는 점을 아실 텐데도 원천적으로 논의 불가능하다, 반대라고만 말씀하시니 유가족으로선 단식까지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우리 당에서 이것을 반대하는 게 아닌, 세월호 참사 때처럼 자칫 정쟁화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며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 참사와 달리 바다 밑에서 선박을 인양해야 하는 게 아니어서 좀 더 일찍 원인이 규명됐다”고 설명했다.
김 전 비대위원은 “정부에서 방지 대책을 세우고 있고 유가족에 대한 보상과 추모 공간도 마련하기로 했다”며 “현재 행정안전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유가족을 만나 1:1 면담, 트라우마 치료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부족하겠지만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 당시 공무원들은 재판도 진행 중이다. 그래서 정쟁화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대표적으로 세월호 진상조사단을 만든 지 8년이 됐는데 그동안 수십억원의 비용을 썼는데 나온 게 없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 20일부터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단체는 국회 앞에서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 달라고 야당에 당부하고 있고 저희도 끝까지 노력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 직무대행은 여당이 특별법 반대 이유로 조사위원 추천위원회 구성을 꼽은 것과 관련해 “여야 3인씩은 중립적이니 이의가 없을 텐데 문제는 유가족 3인이 중립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이미 여당에서 유가족을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을 대표한다”며 “설사 그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도 야당과 법안을 조율하고 협의하면 된다”고 비판했다.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해당 문제를 두고 여야가 대립했다. 김교흥 행안위원장은 여야 대체토론 끝에 전체회의에 상정된 이태원 특별법을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로 회부했다. 앞서 야권 의원 183명은 지난 4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공동 발의한 바 있다.
이날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유족들이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분들의 요구는 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에 대해 패스트트랙 지정을 당론으로 정했다.
여권은 강력히 반발했다. 국회 추천을 받는 특별조사위원회 구성도 문제로 꼽혔다. 행안위 여당 간사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특조위 구성부터 중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추천위원 9명 중 절반 이상이 야당 측 인사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국회 입법권을 남용하면서 재난을 정쟁화하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지정(방침)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일부 누리꾼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정쟁의 대상이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청년층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서는 해당 특별법이 거론되자 “정당들의 진정성을 애초에 찾아보기 힘들다” “특조위 자체가 ‘무소불위’ 가능성이 있어 반발이 심할 것 같다” “정쟁의 대상이 돼 진상규명을 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등의 반응이 게시됐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