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가 올바른 입법을 위한 ‘입법영향분석’이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법안을 두고 벌어진 여야의 정쟁에 대해 데이터를 통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9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대 국회 입법은 총 2만1594건으로 16대 국회 1651건에 비해 1207.9% 증가했다. 입법부의 입법권이 강화된 신호지만 ‘과잉입법’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같은 기간 폐기 법률안은 16대 국회 838건에서 20대 국회 1만4769건으로 1662.4% 상승했다. 전체입법 중 법안 폐기 비중도 16대 국회가 50.8%였던 것에 비해 20대 국회에 들어서 68.4%로 17.6%p 상승했다. 폐기법안의 비중 상승은 ‘부실법안’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의 입법권이 대폭 강화하면서 입법부의 기능이 활성화했지만 이를 보조하는 수단이 없다. 정부가 발의하는 ‘규제법률안’은 ‘규제영향분석’을 통해 미치는 영향과 사회적 현상 등을 고려하는 장치가 있다.
행정규제기본법 제7조에는 중앙행정기관장이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할 경우 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하게 돼 있다. 위원회는 45일 내 해당 규제의 적절성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
입법조사처는 국회의 입법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입법영향분석’으로 국회의원의 효율적인 입법을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입법영향분석’은 의원발의 법률안의 사회적 영향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예측하고 분석하는 과정이다.
또 ‘입법영향분석’을 도입하는 방향에 대해서 공개했다.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법안 중 규제법안은 의무적으로 분석을 도입하고 규제가 없는 경우에는 의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경우 보고서를 첨부하도록 했다. 10여년간 축적된 기본 데이터와 과학적 연구방법을 통해 이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여야 국회의원들도 입법과정을 도울 ‘규제영향분석’과 ‘입법영향분석’의 내용을 담은 국회·조사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재옥 원내대표와 이종배·홍석준·정경희 의원, 더불어민주당은 김태년·신정훈 의원이 법안을 제출했다.
박상철 입법조사처장은 ‘입법영향분석’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쿠키뉴스와 질의에서 “국회에서 부실입법이 많은 상황으로 급하게 입법이 이뤄져 현실과 맞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며 “유럽은 입법영향분석과 사후 입법영향분석 등이 필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 아직 도입되지 않아 안타깝다. 경제와 산업 관련법안은 법안이 현장과 맞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긴다”며 “입법영향분석은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신속하게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법이 즉흥적으로 만들어지고 입법이 되면 이해관계자들의 항의가 이어진다”며 “사전에 입법영향평가를 통해 법안의 필요성과 파장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