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설노동조합은 17일 폭우 속 콘크리트를 타설해 부실 우려를 키운 건설사를 강하게 규탄했다. 관리·감독을 소홀한 관할 자치구 개선도 촉구했다. 건설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동대문구청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었다.
노조에 따르면 콘크리트에 빗물이 스며들면 강도가 약해진다. 약해진 콘크리트를 거푸집에 부으면 물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희석된 콘크리트를 쓰지 못하게끔 관리하는 게 구청 몫인데, 현장엔 관리자가 없었다. 또 콘크리트를 실은 레미콘을 출하하면 출하 증서를 끊어주고 기온에 따라 정해진 시간 내에 타설해야 하는데 이 또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작업자가 콘크리트에 일부러 물을 뿌리거나 원가를 절감하려고 콘크리트에 물을 섞는 행위, 기술력이 부족한 저임금 외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행위 또한 부실을 키우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나대석 타설 팀장은 “비오는 날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건 일상이고 출하시간과 관계없이 타설하고 있다”며 “불법시공으로 광주 화정아파트 붕괴, 인천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가 발생했다. 이런 사고 재발 않도록 행정당국은 부실시공 예방위해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고 ‘우중 타설’을 법적으로 금지하라”고 강조했다.
휘경동 자이 아파트 시공 현장에서 비가 오는데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장면이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달궜다. 시공사는 GS건설이다. 인천 검단 안단테 지하주차장 붕괴, 누수·물고임이 발생한 ‘흑석자이’와 ‘개포자이 프레지던스’를 지은 건설사다. 이번 일로 ‘물갈비 자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우천 콘크리트 타설은 동대문구청에 민원으로 접수됐지만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휘경동 자이 건설 현장에서 근무 중인 김순호 팀장은 “동대문 재개발 아파트마다 불법 하도급, 불법고용, 부실시공으로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다”라며 “동대문구에서 모든 현장을 관리하는 걸로 아는데 이를 묵인하는 건 서민 피눈물을 짜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이어 “구청 공무원이 묵인하니까 10원을 빼먹고, 100원을 빼먹고, 1000원을 빼먹어도 짓고 나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설사들이 판을 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노조는 또 휘경동 자이는 물론 신설동 자이르네 현장, 국내 1,2위를 다투는 건설사가 시공 중인 현장에도 우천 콘크리트 타설을 강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는 국민 주거안정과 노동자 안전을 요구하며, 자치구와 정부에 개선을 촉구했다.
동대문구청은 논란이 된 곳은 주차장 부분작업 중지명령을 내렸다. 구청은 주중에 현장을 조사할 예정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일기예보에 맞춰 타설하던 중 소나기가 내렸다”며 “즉각 타설 중지하고 천막으로 조치한 다음 비가 그치면 다시 타설해서 완료하는 작업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동은 정상작업 중이며 검사에 협조해서 이상이 없으면 다음 공사단계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