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누적에 의료진 이탈까지…성남시의료원 혼란 장기화

적자 누적에 의료진 이탈까지…성남시의료원 혼란 장기화

기사승인 2023-08-02 06:00:14
성남시의료원 전경.

원장 공백 등 성남시의료원을 둘러싼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장기화되고 있다. 운영 방안을 두고도 성남시와 시민단체의 갈등이 1년 넘게 이어진다. 풀리지 않는 매듭에 의료진과 시민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원장 공백만 10개월째”…병상 활용률 20% 불과

1일 의료계와 성남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7월 신상진 시장 취임 이후 성남시의료원을 대학병원에 위탁하는 방안을 포함한 운영 방식 개선을 추진 중이다.

공공병원인 성남시의료원을 대학병원 위탁 운영으로 돌리려는 이유는 ‘운영 개선’에 있다. 시에 따르면 성남시의료원은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해제된 이후 일상 관리체제로 돌아왔다. 하지만 최신시설과 장비를 갖춘 509병상의 종합병원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입원 환자가 100여명에 그친다. 병상 활용률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적자 누적도 방치할 수 없다. 전국 공공병원 공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지역거점공공병원 알리미’를 보면, 성남시의료원의 의료 손실은 지난 2021년 77억9059만원에서 2022년 547억5948만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21년 276억5915만원이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12억5889만원으로 줄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적자가 예상된다.

혼란이 계속되는 동안 의료진 이탈은 심화됐다. 성남시의료원 의사노조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지부로 구성된 ‘성남시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의사직 정원은 99명이지만 실제 근무 중인 의사는 5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10명이던 응급의학과 인력은 4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신 시장 취임 이후 25명의 의사가 퇴사했지만, 신규 채용은 지난달 19일 직원 채용 모집 공고 기준 순환기내과 2명, 정신건강의학과 2명, 응급의학과 2명 총 6명에 그쳤다.

의료진 이탈로 인한 부담은 현재 남은 의료진이 떠안았다. 성남시의료원에서 근무하는 A 전문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환자를 보려면 의료진이 있어야 하는데 필요한 인력을 제대로 뽑지도 않고 뽑히지도 않는다. 간호사 수급 역시 불안하다”며 “병원 혼란이 장기화되니까 퇴사하는 직원은 늘고만 있는데 인력 보충은 안 되니 힘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학병원 위탁 운영이든 뭐든 어떤 식으로든 병원이 정상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원장 공백’ 문제도 우려를 더한다. A 전문의는 “원장이 있으면 병원 내부 목소리를 더 잘 드러낼 수 있을 텐데 원장 채용 과정이 지지부진하다”라며 “원장 채용 문제는 작년부터 끌고 온 건데 이렇게 오래 끌 문제인가 싶다. 원장을 뽑고자 하는 시의 의지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고 짚었다.

성남시의료원 측은 정상적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단 입장이다. 성남시의료원 관계자는 “병원 위탁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시에서 할 일”이라며 “진료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사직자가 있지만 채용 공고가 올라간 상태다.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익 따지는 운영 경계” vs “의견 수렴해 최적안 도출”

혼란은 의료원 내부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위탁 운영 문제로 시와 갈등을 벌이던 시민단체는 신 시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고 퇴진운동에 나서며 전선을 확대했다. 대학병원 위탁 운영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대 입장은 확고하다. 성남시의료원이 대학병원 위탁으로 전환되는 순간 공공병원 기능을 상실하고 진료비 부담이 상승할 것이란 주장이다.

‘성남시의료원 위탁운영 반대·운영 정상화 시민공동대책위원회’(시민공대위) 관계자는 “공공병원인 의료원이 위탁 운영으로 전환되면 공적 목적보다 수익을 따지는 방향으로 운영될 것”이라며 “수익을 따지다 보면 비급여 항목을 늘려 진료비가 오를 테고 이로 인해 시민들의 발걸음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원장 공백 문제도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공대위 관계자는 “병원 조직은 군대 조직과 유사하게 지휘 체계가 명확하다. 원장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며 “원장 공백은 병원 정상화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위탁이든 뭐든 운영 방식을 논하는 것은 원장을 선임해서 병원을 정상화시킨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라며 “시민 발의로 어렵게 세워진 병원인데 위탁 논쟁이 진료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의료원 안팎 혼란에 따른 피해는 시민과 환자들에게 전가되는 상황이다. 지난 6월, 80세 노인이 심정지로 성남시의료원 응급실에 실려와 심폐소생술을 통해 심장 박동이 회복됐지만, 입원치료가 불가능했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재차 심정지가 생겨 사망한 일이 있었다.

이 소식을 최근 접했다는 성남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지환(가명·46) 씨는 “새벽에 복통으로 의료원 응급실을 찾은 적이 있다”면서 “수액 맞고 상태는 좋아졌지만, 입원치료가 안 돼서 다른 병원으로 전원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오싹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성남시의료원 위탁 운영에 대해선 “대학병원에 위탁되면 진료비가 비싸진다는 단점은 있겠지만, 보다 질 좋은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박 씨처럼 생각하는 시민은 적지 않았다. 성남 시민 10명 중 6명은 성남시의료원의 대학병원 위탁 운영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시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3월22일부터 4월3일까지 13일간 성남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대면 조사한 결과, 619명(61.9%)이 성남시의료원 운영 개선안을 놓고 ‘대학병원급에 위탁 운영해야 한다’고 답했다.

대학병원급에 위탁 운영될 경우 기대되는 점에 대한 질문엔 75.1%가 ‘의료서비스의 향상’을 꼽았고, ‘세금 투입 감소에 대한 기대’가 24.4%를 차지했다. 우려되는 점으로는 61.8%가 ‘진료비 상승’을, 37.8%는 ‘공공의료 사업 축소’라고 답했다.

성남시 측은 의료원 직원, 시민단체, 전문가 등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의료원 정상화에 나서겠단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좋은 의료원장이 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의료원 직원 의견 수렴 간담회, 시민단체 대표 면담, 정책토론회 개최, 시민인식 여론조사, 타당성조사 용역 실시, 시민단체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시민토론단 운영 등을 전개해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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