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2’ 구교환이라는 미지의 세계 [쿠키인터뷰]

‘D.P.2’ 구교환이라는 미지의 세계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08-12 06:00:47
배우 구교환. 넷플릭스

“좋은 딱지가 앉았다.” 배우 구교환은 넷플릭스 ‘D.P.’ 시즌2에서 자신이 연기한 한호열의 마지막을 이렇게 돌아봤다. “시즌1에서 매력 뒤로 자기 상처를 숨기던 호열”이 생채기 난 마음에 새살 돋을 자리를 마련했다는 의미다. 어쩌면 구교환에게도 ‘D.P.2’가 호열의 후회와 트라우마, 두려움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을지 모른다. 지난 8일 서울 역삼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시즌2 시나리오를 읽으며 호열과 더 친해진 기분이 들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D.P.’는 군탈 체포조 한호열과 안준호(정해인)가 탈영한 병사들을 잡으며 조직의 부조리를 마주하는 이야기. 지난달 28일 공개된 시즌2는 군대 내 폭력을 은폐하고 방조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다. 시즌1에서 해결사 노릇을 하던 호열은 조석봉(조현철) 사건 이후 입을 닫는다. 온라인에선 호열이 말을 안 하는지 못 하는지 토론이 벌어졌다. 구교환에게 이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호열이 왜 조용해졌는지가 더 중요했다”고 한다. 많은 시청자가 궁금해한 호열의 가정사도 그는 빈칸으로 비워뒀다. 그게 호열답다는 이유에서다.

“호열을 대하는 태도는 ‘알 수 없음’이었어요. 궁금하지 않아, 알고 싶지 않아, 알아서 실망스러울 수도 있어. 그런 태도요. 호열이를 여백 많은 캐릭터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가 캐릭터의 전사(前史)보단 촬영 전 3~4초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D.P.2’ 속 구교환. 넷플릭스

그래서일까. 구교환은 한호열을 설명할 때 확정적인 표현 대신 추측하는 말을 더 자주 썼다. 호열과 준호의 미래에 관해서도 “정해두면 재미없다. 상상은 관객의 몫”이라고 했다. 그는 관객일 때도 시선이 자유롭다. “예를 들어 ‘인셉션’(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을 볼 때 제겐 팽이(극 중 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장치)가 중요하지 않아요. 모든 것을 알게 되면 재미가 없을 것 같거든요.”

구교환은 자신 역시 자유롭게 해석되길 바란다. 농담 뒤에 미지의 세계를 숨겨둔 듯한 모습이 한호열과 닮았다. 이런 그를 자세히 알고 싶다면 유튜브 채널 ‘이엑구’([2x9HD]구교환X이옥섭)를 볼 일이다. 오랜 연인이자 동료인 이옥섭 감독과 함께 운영하는 채널이다. 구교환은 “내 취향이 가장 많이 담긴 작업물”이라며 “하지만 다른 사람의 취향을 연기하는 일도 재밌다. 그래서 계속 이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로 상업영화에 발을 들인지 어느덧 3년. 그사이 구교환은 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 ‘길복순’(감독 변성현) 등에 출연하며 영화계 스타로 떠올랐다. 공개를 앞둔 작품도 영화와 드라마를 합해 네 편이나 된다. 구교환은 “촬영 회차가 늘었을 뿐, 캐릭터를 대하는 태도는 비슷하다”고 했다. 연출과 대본 집필도 틈틈이 하고 있다.

“저는 저를 모르고 싶어요. 제 강점을 알고 싶지 않는다는 게 저의 강점인 셈이죠. 저를 분석하면 망해요. 저의 서투름을 마주하게 될 테니까요. 다만 감독님과 동료 배우, 스태프 등 저를 둘러싼 모든 사람을 믿을 뿐이에요. 제게 거는 기대가 커져서 부담스럽지 않냐고요? (기대에) 다 맞춰드리겠습니다. 하하.”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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