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계 ‘동안 7인방’ 한자리에…“100년 뒤도 이 얼굴”

뮤지컬계 ‘동안 7인방’ 한자리에…“100년 뒤도 이 얼굴”

기사승인 2023-08-20 16:13:43
동안(同顔)으로 유명한 뮤지컬 배우 7명이 그룹 섹시동안클럽을 결성해 콘서트를 열었다. 몽타주컬처앤스테이지·SMP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등에 출연한 배우 양준모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학부모로부터 선생님 소리를 들었다. SBS ‘스토브리그’에서 강두기를 연기한 배우 하도권은 대학생 때 교수님으로 오해받았다. 배우 조순창은 KBS1 ‘태종 이방원’에서 두 살 동생인 배우 주상욱의 형 역할을 맡았다. 노안 에피소드만 한 트럭인 이 배우들, 자신을 동안이라 칭한다. ‘어려 보이는 얼굴’(童顔)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늘 같은 얼굴’(同顔)이란다. 뮤지컬계 동안 대표 7인방이 한 무대에 모였다. 18·19일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섹시동안클럽’ 콘서트가 바로 그 자리다.

첫날 공연장에 가보니 인기가 아이돌 그룹 못지않았다. 공연 티켓 2000여장은 예매 시작 2분 만에 매진됐다고 한다. 섹시동안클럽은 2012년 5인조(최민철·조순창·문종원·양준모·김대종)로 시작해 2017년 배우 최수형을 영입했고, 올해는 하도권을 인턴으로 들이며 7인조로 몸집을 불렸다. 5년 만에 열린 이번 공연 테마는 납량특집. 첫 곡부터 스릴러 뮤지컬 ‘스위니토드’의 서곡을 선곡했다. “칼을 들어라, 스위니/ 저 하늘 높이”란 가사에 맞춰 일곱 남자가 면도칼을 쳐들자 오싹 소름이 돋았다. “신선한 피로 영원히 살리라”(뮤지컬 ‘드라큘라’ 속 ‘신선한 피’), “사냥을 시작해/ 끝없는 파멸”(같은 작품 ‘영원한 삶’) 등 노랫말 구절구절이 섬뜩했다.

섹시동안클럽 멤버들이 공연 도중 벌인 관객 이벤트. 관객에게 불러주는 세레나데 제목은 ‘두려워 마, 사랑이야’다. 몽타주컬처앤스테이지·SMP

일곱 남자가 무대에 오른 시간이 도합 137년. 배우들은 창작극 ‘‘영웅’ ‘웃는 남자’부터 브로드웨이 전설적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까지 여러 유명 뮤지컬의 인기곡을 아울렀다. 재치 있는 개사도 돋보였다. 영국 신사가 갖춰야 할 덕목을 노래한 ‘신사의 도리’(뮤지컬 ‘레드북’)는 ‘동안의 도리’로 재탄생했다. “마포구엔 무슨 일이야?” “김소현 누나가 게스트로 온대서 마중 나가던 참이었어.” “잠깐만. 형이 동생이야?” 노래를 부르던 최민철과 김대종이 이런 만담을 나누자 객석에선 웃음이 터졌다. 공연 첫날엔 김소현·조정은·박강현이 깜짝 손님으로 등장했고, 둘째 날엔 전동석과 이충주가 공연장을 찾았다.

백미는 섹시동안클럽의 대표곡인 ‘셀카동맹’이었다. ‘영웅’에 나오는 ‘단지동맹’을 개사한 이 곡에서 배우들은 “비록 나이 든 얼굴이나/ 이것은 불멸의 얼굴이니/ 100년 뒤에도 이 얼굴”이라며 “우리 여기 모여 함께 나눈 셀카/ 결코 ‘뽀샵’(포토샵)하지 않으리”라고 결의를 다졌다. 그렇다고 공연이 마냥 장난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레미제라블’ 대표곡 ‘두 유 히어 더 피플 싱’(Do you hear the people sing) 무대에선 묵직한 에너지가 공연장을 채웠다. 힘찬 밴드 연주를 배경 삼아 일곱 배우가 “찬란한 미래를/ 거대한 꿈과 사랑을”이라고 합창할 땐 용기가 솟아났다. 예술감독을 겸한 최민철은 공연 말미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섹시동안클럽 콘서트였다”며 “우리의 하이라이트를 함께 해주신 관객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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