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빗물받이 등 콘크리트로 만든 시설이 안전점검 없이 무방비로 매립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진 등 재난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건설 현장에 납품되는 콘크리트 시설물은 외주 업체가 제작하며, 현장에서 수령하면 대부분 그대로 땅에 묻힌다.
제보자는 “콘크리트 제품이 일정한 콘크리트 강도와 어느 정도의 철근으로 설계돼 있지만, 외부에서 제작되는 과정에 아무런 점검 절차 없이 현장에 반입, 매립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산업표준(KS)에 따르면 하수도용 콘크리트 맨홀블록엔 △KS D 3504 △KS D 3510 △KS D 3552 △KS D 7017 또는 이와 동등 이상인 철근을 써야 한다.
또 맨홀 상판엔 반드시 철근이 들어가야 한다. 상판을 제외한 부분엔 철근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규정만 지키면 되기 때문이다. 국가표준이 제시하는 콘크리트 압축강도(MPa)는 45.0 이상이다. 기본 맨홀 구조도. 산업표준심의회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상판엔 철근이 필수로 들어가야 하고 나머지는 필수는 아니다”라며 “콘크리트만으로 강도를 맞출 수 있으면 (철근을) 안 써도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시중 제품엔 철근이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판매하고 있는 건 기성품이고, (기성품엔) 철근이 몇 가닥 안 들어간다. 시공현장에서도 거의 그대로 매립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게 관계자도 “맨홀은 전부 무근”이라며 “맨홀은 땅 속에 들어가기 때문에 다 무근”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렇게 묻힌 구조물에서도 하자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제보자는 “매립한 지 3~4년 안에 구조물에서 균열이 생긴 사례도 있다”라며 “맨홀이나 빗물받이는 생활오수나 우천 시 배수역할을 하는 중요 기반 시설인데 지하에 매립된 관계로 간과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부분 현장에서는 시공 편리함 때문에 외부에서 완성품을 반입하고 있다”며 “지하시설물이긴 해도 불합리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