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각성하라”
도급순위 2위 건설업체인 현대건설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시공 중인 오피스텔과 지식산업센터가 부실과 담합(카르텔) 논란에 휩싸였다.
힐스테이트 만촌엘퍼스트 입주예정자협의회는 25일 오전 서울 종로 현대건설 본사 앞에서 부실공사 항의 집회를 열었다. 힐스테이트 청계센트럴, GL메트로시티한강 입주예정자도 참석했다. 협의회 측에 따르면 80여명이 현장을 지켰다.
수분양자들은 이날 선분양 제도를 문제 삼았다. 이윤을 남기는 게 우선인 기업이 안전과 품질을 챙기기 만무하며, 수분양자는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불리한 제도라는 게 이들 입장이다.
선분양은 장·단점이 있다. 건설사는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다. 입주자는 초기 비용부담이 적다. 다만 사전에 협의된 금액으로 공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품질 차이가 생기고, 분쟁 원인이 된다.
김민식 협의회 부회장은 성명문에서 “시행사와 시공사는 기업”이라며 “기업은 최대 이익을 남기는 걸 우선하며 수분양자 재산인 건축물에 대해서는 안전과 품질관리에 미흡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미흡함이 쌓이고 쌓여 최근 사회 이슈였던 붕괴사고나 많은 하자가 발생됐다고 생각 한다”고 덧붙였다.
시공사와 감리 간 카르텔 의심도 샀다. 증언에 따르면 GL메트로시티 한강 현장에서 불량 콘크리트가 쓰이고 있고, 대기가 2시간 넘게 지속된 나머지 굳어버린 콘크리트를 작업자가 퍼서 나르고 있다. 건축공사 표준시방서 상 콘크리트는 25℃ 이상일 땐 90분 이내로 타설해야 한다. 또 제3자가 콘크리트 품질을 테스트하고, 레미콘 차량 출입기록은 허위로 작성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레미콘 송장에 품질관리자 및 감리 서명이 없으면 부실벌점과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며 “콘크리트 타설 시 품질시험인 염화물, 공기량, 슬럼프 시험을 시공사 품질관리자가 직접 해야 하는데, 레미콘 공장에서 대행했다. 이 또한 부실벌점”이라고 지적했다.
지자체에 민원을 넣어도 돌아온 답변은 ‘확인 후 점검’일 뿐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그들은 주장했다.
한 입주자는 “감리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아서 부실을 키웠다”라며 “관할 구청에 자료를 넘기고 민원을 넣어도 조치하겠다고만 할 뿐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따졌다.
수분양자들은 이날 자재부터 공종별 시공 등 전반에 걸친 자체점검을 비롯해 △선분양계약서 개선 △감리 및 품질담당자 입주자 직접 선임 △표준시방서를 위반 시 시공사 책임 및 계약해지 조항 신설 등을 현대건설에 요구했다.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목소리를 낼 방침이다. 오는 30일에도 집회를 열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얼토당토않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수분양자 측 주장은 이미 해소가 됐거나 근거가 불분명하다”라며 “대구와 청계 현장은 국토교통부와 구청에서 점검을 했고 이상 없음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적법한 품질 기준에 따라 성실히 시공 중이다”고 해명했다.
한편 집회가 열리기 전부터 크고 작은 갈등이 있었다.
수분양자 측에 따르면, 만촌 입주예정자 50명 이상이 지난해 계약 해지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이들은 기존에 보유한 부동산이 팔리지 않자 계약금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해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또 안전을 사유로 기계식 지하주차장 교체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시행사와 분양사무실에서 확인한 결과 김 부회장 외에 계약해지를 요청한 사실은 없었다”라며 “수분양자 측에서 안전상의 사유로 기계식 주차장 업그레이드를 요구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