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서울백병원 눈물바다…83년 진료 역사 막 내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서울백병원 눈물바다…83년 진료 역사 막 내려

31일 진료 마지막으로 폐원
직원들 “서울백병원 강제 폐원 결정한 이사회 퇴임하라”
의사 제외 직원들 다른 백병원으로 발령

기사승인 2023-08-31 13:30:30
31일 서울백병원 정문 앞에 모인 교직원들이 폐원 결정에 반대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낭독하고 이사회 퇴임을 촉구했다.   사진=신대현 기자

반전은 없었다. 83년 동안 서울 중심부에서 환자를 봐온 병원이 31일 진료를 끝으로 문을 닫는다. 서울백병원 얘기다. 직원들은 이날을 “83년 역사의 서울백병원 진료를 법인 이사회가 법률과 절차를 무시한 채 강제로 종료시킨 날”이라고 규정하며 병원 폐원을 의결한 이사회 퇴임을 촉구했다.

서울백병원 직원들은 이날 병원 정문 앞에 모여 진료 종료에 따른 폐원 결정에 반대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전했다.

직원들은 “서울백병원 진료 종료와 퇴원을 결정하고 진행하는 과정은 사립학교법과 법인 정관에 규정된 절차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은 불법과 부정의 연속이었다”면서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은 불법과 부정으로 점철된 법인의 강제적인 진료 중단과 퇴원 시도를 바로잡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백병원 강제 폐원을 결정한 이사회는 퇴임하라”고 요구했다.

결의문을 읽어내려간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서로를 위로했다. 눈물을 흘리는 직원도 있었다. 임경호 서울백병원 내과 교수는 “분하다. 이렇게 끝나게 되니까 섭섭하다”며 “직원 여러분 건강하시고 앞으로 승승장구하시라”고 소회를 전했다.

병원 폐원이 당혹스러운 건 환자도 마찬가지다. 20대부터 42년간 서울백병원 진료를 받아왔다는 한 환자는 직원들에게 떡을 나눠주며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 교수님들, 일하는 직원들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눈물을 삼켰다. 

서울백병원에서 42년간 진료를 받아왔다는 한 환자가 직원들에게 나눠준 떡.   사진=신대현 기자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지난 6월 서울백병원 폐원을 의결하고, 지난달 초 모든 환자 진료를 8월31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입원 중인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지원했고, 수련 중인 인턴들은 다른 지역 백병원이나 다른 병원으로 옮겨 수련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사업체 건강검진이나 임상연구 등 의료사업도 다른 백병원으로 이관했다.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 외에도 상계·일산·부산·해운대백병원 등 총 5개 백병원을 운영 중이다.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 행정직 등 250명가량의 직원들은 지난 29일자로 모두 다른 백병원으로 발령이 났다. 서울백병원에 따르면 직원의 40% 정도(약 100명)는 인근 상계백병원이나 일산백병원으로, 나머지 60%가량(약 150명)은 부산 지역(부산·해운대백병원)으로 가게 됐다. 남은 의사들의 근무지는 아직 협의 중으로 내달 중 결정될 예정이다.

인제학원은 진료가 종료돼도 당분간 인력을 배치해 내년 2월까지 서류 발급 등 행정 업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수도권으로 발령 받은 직원은 9월1일부터, 부산 발령 직원은 9월4일부터 발령받은 병원 근무지로 출근해야 한다.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 폐원 절차에 돌입하게 됐지만 병원 부지를 매각하거나 용도를 변경해 수익 사업을 진행하는 건 요원해 보인다. 서울시와 중구청이 병원 부지를 도시계획상 종합의료시설 용도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정이 확정되면 해당 용지는 병원 등 의료시설로만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조영규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장(가정의학과 교수)은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바가 없고 들은 바도 없다”며 답답해했다.

서울시는 중구청과 함께 서울백병원 부지를 도시계획상 종합의료시설 용도로 지정하는 방안을 계속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도시계획국 시설계획과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서울백병원에 대한 도시계획상 종합의료시설 결정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서울 중구청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분야별 전문가 의견과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계획안이 만들어지면 서울시는 해당 안을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서울백병원 직원들이 아쉬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신대현 기자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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