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베일리 오는데 14, 15년 걸렸네요”
고진감래. 래미안원베일리 입주자들 마음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아끼고 아껴서 새 집에 입주하는 이들로선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입주 첫 날인 31일 오후 현장에 들렀다. 이사하기 좋은 날이지만 약간 더웠다. 이사로 구슬땀을 흘려도 그들은 웃었다. 수레로 직접 끌며 짐을 나르는 가족도 있었다. 평일 점심시간인데도 이사 차량이 수시로 들락날락 했다. 이제 막 이웃이 된 사람들은 통성명하고 동과 호수를 공유하기 바빴다.
지하2층 입주지원센터는 집 열쇠를 받으려는 입주민들로 북적였다. 열쇠는 입주 첫 날 잠긴 문을 여는 용도 외에는 쓸 일이 없다. 다만 그 한 번의 행위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인원이 몰려 대기도 길었다. 한 입주민은 “열쇠를 받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며 “1400번 대였는데 앞에 200명 이상이 서있더라”고 했다.
입주민들은 열쇠 말고도 가재도구를 잔뜩 받았다. 무선리모컨·빨래판·스테인리스 바구니·욕조 거름망·IoT홈큐브 등 다양하다. 어떤 이는 리모컨을 10개나 챙겼다. 방과 거실에 에어컨을 한 대씩만 달아도 최소 4개, 많으면 7개다. 방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이 아파트 최고 평형은 82평(272㎡)이며 방이 5개다. 조명 리모컨, 빨래 건조대 리모컨까지 더하면 족히 10개는 된다.
반포 대장아파트에 입주하는 마음은 설렘과 기대가 반반이다. 신반포에서 11년을 살았다는 부부는 “아들 명의로 아파트를 구했다”며 “세금이 수 천 만원이라 살아도 걱정이다”고 말했다. 부부는 그러면서 “연금 400(만원)으로 겨우 살지만 (그래도) 힘들다”고 말했다. 래미안원베일리 평당 매매가는 최근 1억원을 넘겼다. 주변 고급아파트인 아크로리버파크와 견줄 수준이다. 55억 원을 주고 집을 장만했다는 부부는 “이사를 가면 손해”라고 귀띔했다. 분당 아파트 3채를 팔아야 이 집을 살 수 있다고 했다.
래미안원베일리가 특별한 이유는 더 있다. 시공사 삼성물산이 개발한 주거플랫폼 ‘홈닉’이 최초로 도입되기 때문이다. 입주자들도 이날 ‘홈닉’ 앱 설치를 지원받았다. 시설예약부터 멤버십, 로봇배달, 커뮤니티 등 기능이 다양하다.
다만 접속 오류가 발생해 입주 인증이 안 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홈닉 고객센터는 “접속이 과도하면 에러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날 현장엔 경찰이 출동했다. 지나친 호객 행위 때문이다. 입주지원 관계자는 “지하에 주차된 차량 차주번호를 불법으로 수집해서 호객 행위를 한다는 민원이 접수된 걸로 안다”라며 “요즘 그런 식으로 영업하는 게 흉흉하다”고 말했다. 이날 KT와 SK브로드밴드 등이 입주민을 대상으로 인터넷 상품을 홍보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