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실사화는 망한다?…징크스 깬 ‘원피스’

애니 실사화는 망한다?…징크스 깬 ‘원피스’

기사승인 2023-09-08 06:01:07
드라마 ‘원피스’ 스틸. 넷플릭스

일본만화 ‘원피스’는 1997년 연재를 시작해 30년 가까이 사랑받은 고전이다. 전 세계 누적 판매 부수는 5억2000만부. 해적왕이 되려는 루피 일행의 모험을 그린 이 작품은 만화 시리즈와 영화, 심지어 가부키(일본 전통공연)로도 변형됐을 만큼 인기가 높다. 이런 ‘원피스’가 실사 드라마 각색돼 전 세계 시청자를 홀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드라마 ‘원피스’는 사흘 만에 조회수 1850만뷰, 누적 시청시간 1억4010시간을 기록했다. 넷플릭스 글로벌 TV(영어) 부문 1위다.

‘원피스’는 처음부터 기대받는 작품이 아니었다. 그간 일본만화를 각색한 헐리우드 영화가 호평받은 사례가 없어서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 ‘데스노트’(감독 애덤 윈가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12권 분량 만화를 2시간짜리 영화로 압축하느라 무리수를 남발했다. 미국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선 관객 점수 24%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원피스’ 실사화 계획이 알려졌을 때도 우려가 컸다. 원작이 워낙 방대한 세계관을 가진 데다 루피 등 주요 인물의 초인적인 능력을 시각화하기 어려울 거란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베일을 벗은 ‘원피스’는 원작 팬과 신규 시청자 모두에게 합격점을 받은 듯하다. 미국에선 “기존 팬들과 새로운 팬 모두 좋아할 재밌고 기발한 각색”(엠파이어 매거진)이라거나 “동심을 열광시킬만한 재미가 있다”(헐리우드 리포트)는 평가가 나온다. 원작 작가인 오다 에이치로는 실사 드라마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해 “대본이 올바르게 각색되는지 감시하는 역할”(뉴욕타임스)을 했다. 드라마는 주인공 루피(이냐키 고도이)가 해적 동료를 모아 이스트 블루를 떠나는 과정을 그린다. 할아버지이자 해군 중장인 가프 중장(빈센트 리건)의 등장을 원작보다 대폭 앞당겨 긴장감을 높였다.

‘원피스’ 스틸. 넷플릭스

드라마판 ‘원피스’의 가장 큰 특징은 인종 다양성이다. 루피를 맡은 멕시코 출신 배우 이냐키 고도이를 비롯해 일본계 미국인 아라타 마켄유(조로 역), 자메이카계 미국인 제이콥 로메로 깁슨(우솝 역), 스페인·영국 국적의 타즈 스카일러(상디 역) 등 여러 문화적 배경을 가진 배우들이 고잉 메리호로 모여들었다. 여성 캐릭터들의 관계가 강화된 점도 눈에 띈다. 우솝의 친구 카야는 원작에서 남성 캐릭터들에게 보호받는 수동적 인물로 표현됐다. 또 다른 여성 캐릭터인 나미와 만나는 장면도 거의 없었다. 드라마에선 카야와 나미가 서로 고민을 나누고 우정을 쌓는 모습이 그려진다.

넷플릭스는 몸이 고무처럼 늘어나는 루피의 능력 등을 표현하기 위해 제작비를 회당 1800만달러(약 240억원)씩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당 제작비 1500만달러(약 200억)를 들인 디즈니+ ‘만달로리안’ 시리즈나 HBO ‘왕좌의 게임’ 시리즈보다 비싼 셈이다. 미국 매체 콜라이더에 따르면 제작진은 컴퓨터 그래픽 등 특수효과뿐 아니라 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서 거대한 해적선 세트를 만드는 등 “오래된 영화제작 방식”을 활용했다. 시청자들의 또 다른 관심사는 시즌2 제작 여부다. 에이치로 작가와 함께 공동 쇼러너로 ‘원피스’에 참여한 스티븐 마에다는 “현재로선 후속 시즌에 대해 밝히고 싶지 않다”며 “시리즈를 이어가기 전 휴식이 필요하고 헐리우드 작가 파업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버라이어티)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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