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프로축구 선수 입단을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은 이종걸 안산 그리너스 FC 전 대표와 구단 관계자 등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부장검사 김현아)는 13일 배임수재 혐의로 이 대표와 안산 FC 전력강화팀장 배모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안산 FC 대표는 올해까지 선수 2명을 입단하도록 하고 선수 부모와 에이전트 최모씨 등에게 5000만원 상당의 벤츠 승용차와 롤렉스 시계, 현금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또 감독 임명 대가로 임종헌 전 안산 감독으로부터 9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안산FC 전력강화팀장 배씨는 입단 대가로 에이전트 최씨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선수의 부친 홍씨는 입단 대가로 이 대표에게 벤츠 차량 대금을 공여한 혐의로, 전 국가대표코치 최태욱과 초등학교 축구부 감독 최씨는 에이전트와 공모해 제자였던 선수의 입단 대가로 이 대표와 임 전 감독에게 금품을 공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앞서 경찰에서 불송치한 에이전트 최씨의 사기 사건을 전면 재수사해 K리그1, K리그2 프로 축구구단과 지도자들이 구단에 입단하는 선수 측으로부터 인사비, 발전기금 등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고도 이를 관행으로 치부하는 고질적인 병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일부 지도자는 선수들에게 프로구단에 입단시켜준다고 거짓말해 금품을 편취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일부 시민구단의 경우에는 대표이사가 구단의 필요와 전혀 무관한 선수를 입단시키면서 금품을 수수하거나 감독직을 대가로 금품을 상납받는 경우도 있었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 임 전 감독을 배임수재와 사기,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같은 날 신모 전 연세대 축구부 감독, 신모 프로구단 수석코치, 김모 숭실대 축구부 감독 등 3명도 불구속 상태로 기소했다. 이들은 모두 에이전트 최씨로부터 프로구단 입단 청탁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비리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에이전트 최씨는 지난달 14일 배임증재,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임 전 감독과 공모한 혐의를 받는 에이전트 이모씨는 해외로 도피해 현재 기소중지 상태다.
한편 프로축구연맹은 현재 기술연구그룹(TSG)에서 활동중인 최 코치를 업무에서 즉시 배제했다. 연맹은 향후 재판 과정과 대한축구협회 공정위원회의 판단 결과를 종합해 추가 징계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연맹 관계자는 “최 전 코치를 TSG 업무에서 곧바로 배제시켰다”며 “경위서로 확인한 뒤 향후 상벌위원회를 연맹 또는 대한축구협회(KFA)에서 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검찰은 최 전 코치의 혐의에 충분한 범죄행위가 존재한다고 보고 정식 재판을 요구했다. 부정한 청탁을 위해 뇌물을 공여했다는 배임증재죄의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다만 최 전 코치는 당장 구속은 면했다.
2014년 K리그1 울산 현대에서 은퇴한 뒤에는 울산의 유소년 스카우트를 시작으로 K리그2 서울 이랜드 유소년 코치 등 지도자로 변신했다. 2018년에는 파울루 벤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을 보좌하는 대표팀 코치로 선임돼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행에 기여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