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첫사랑 찾아 시간 여행…힘 못 쓰는 한국판 ‘상견니’

죽은 첫사랑 찾아 시간 여행…힘 못 쓰는 한국판 ‘상견니’

기사승인 2023-09-17 06:00:02
‘너의 시간 속으로’ 스틸. 넷플릭스

비행기 사고로 남자친구를 잃은 한준희(전여빈). 매일을 꾸역꾸역 버텨내는 그에게 의문의 택배가 도착한다. 가수 서지원의 카세트테이프다. 카세트테이프가 노래 ‘내 눈물 모아’를 재생한 순간 준희는 25년 전으로 돌아간다. 고등학생이 된 그의 눈에 연준과 같은 얼굴을 한 남학생이 보인다. “너 연준이 맞지?”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묻는 준희에게 남학생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묻는다. “권민주, 너 왜 그래?” 남학생의 이름은 남시헌(안효섭). 훗날 민주와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다. 민주를 지키기 위한 준희와 시헌의 시간 여행은 이렇게 시작한다.

대만 인기드라마 ‘상견니’를 리메이크한 넷플릭스 한국드라마 ‘너의 시간 속으로’가 지난 8일 공개됐다. 2019년 CTV에서 방영된 원작은 태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상친자(‘상견니’에 미친 자)라는 신조어를 낳을 만큼 인기였다. ‘너의 시간 속으로’는 원작 주요 설정을 따라가되 작품 주요 무대인 1998년을 한국 감성으로 매만졌다. 전여빈, 안효섭, 강훈 등 청춘스타들이 출연했고, KBS2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등을 연출한 김진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작품은 민주·시헌·인규(강훈)의 삼각 로맨스와 살인사건을 두 축으로 흘러간다. 민주 몸에 들어간 준희는 시헌과 가까워진다. 시헌도 민주에게 마음을 뺏긴다. 그러나 민주는 1998년 10월 살해당할 운명이다. 민주의 삼촌을 통해 이런 과거를 알게 된 준희는 살인범을 찾으려 애쓴다. 시간 여행의 비밀을 경험하긴 시헌도 마찬가지. 버스에서 ‘내 눈물 모아’를 듣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그는 2007년 연준의 몸에서 깨어난다. 그는 민주를 살리기 위해 준희에게 접근한다. 준희가 2023년 시간을 거슬러 가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둘은 그렇게 또 한 번 사랑에 빠진다.

‘너의 시간 속으로’ 스틸. 넷플릭스

다만 ‘너의 시간 속으로’는 원작만큼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모양새다. 공개 첫 주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시리즈 7위로 데뷔했다. 지난달 18일 공개된 ‘마스크걸’(5위)보다 순위가 낮다. 전 세계 누적 조회수는 140만뷰, 누적 시청시간은 1760만시간으로 집계됐다. 타임슬립 로맨스에 의문의 살인사건을 등장시켜 긴장감을 높였지만, 원작 팬들을 만족시키진 못했다. 글로벌 콘텐츠 비평 사이트 IMDb에선 “원작과 비교하지 않거나 원작을 보지 않았다면 재밌을 것”이라거나 “원작을 잘 활용했으나 원작이 가진 훌륭함을 많이 잃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장발에 수염을 기른 중년 시헌의 외모를 두고 시청자들은 볼멘소리를 냈다. “고단하게 20년을 버틴 시헌의 고통”(김진원 감독)을 보여주는 장치지만, 시헌의 근사했던 외모가 볼품없어진 것을 아쉬워하는 반응이 많았다. 시헌과 민주가 빗속으로 뛰어드는 장면도 호불호가 갈린다. 원작은 시헌·민주·인규가 함께 빗속을 달리며 애틋한 청춘을 보여줬다. 리메이크작에선 민주를 향한 시헌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 서울 화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나 역시 ‘상견니’를 좋아했다. 원작 팬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여전히 두렵다”면서 “‘너의 시간 속으로’를 연출하면서 원작과 무엇을 같게 하고 무엇을 다르게 각색할지, 그 균형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만 학원물 특유의 마음을 간질이는 정서와 청춘의 반짝거리는 느낌을 이어받으려 했다. 다만 결말은 우리만의 이야기로 완성하고 싶었다. 원작과 다른 결을 가진 인물과 그들 간의 관계를 만들어놨으니, 그들에게 어울리는 결말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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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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