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꽂힌 이어폰/ 자주 걷던 거리에/ 뻔한 노래 흘러나오지” 그룹 여자친구 출신 가수 유주는 서울 강남역 근처를 걷던 어느 날 이런 가사를 떠올렸다. 화려한 거리 위 수많은 사람을 보며 “자유로워 보이지만 어딘가에 얽매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도시의 모순은 신곡 ‘따라랏’을 만드는 재료가 됐다. 곡 발표를 하루 앞둔 19일 서울 신사동 커넥트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유주는 “노래가 끝나는 순간 현실로 되돌아오더라도, ‘따라랏’을 듣는 3분 동안은 자유로워지길 바랐다”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 일원으로 세계 무대를 누비던 유주는 어쩌다 강남역으로 향했을까. 그는 “생각이 만들 땐 번화가를 자주 걷는다”고 했다. ‘따라랏’을 만들기 전에도 그랬다. 지난 3월 발매한 미니음반 ‘O’에 너무 많은 고민을 쏟았던 걸까. 활동을 마친 지난 5월, 유주는 “머리를 비우고 싶어” 강남역으로 향했다. 거리를 걷다 보니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발 닿는 대로 가보자”는 욕심이 꿈틀댔다. “음악에 정답은 없다. 고민 많은 음악이 완벽한 것도, 생각을 적게 한 음악이 부실한 것도 아니다”라며 스스로 용기도 불어넣었다.
이렇게 완성한 ‘따라랏’은 단순하면서도 흥겹다. ‘시간을 달려서’ ‘오늘부터 우리는’ 등 여자친구 노래에서 힘차게 고음을 내지르던 소녀는 목소리에 힘을 빼 다양한 색깔을 입혔다. 유주는 “여자친구로 활동할 땐 주로 하이라이트를 맡았지만, 지금은 노래의 기승전결을 혼자 표현해야 해 가사에 집중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노래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지난 2년간 발매한 솔로 음반 대부분 유주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따라랏’을 작업할 땐 불현듯 교복 입은 소녀의 이미지가 떠올라 그림을 그려놓고 곡을 썼다.
신곡 뮤직비디오는 현실과 환상을 오간다. 유주에게도 환상의 세계는 있다. 무대 위다. 그는 “무대엔 제법 많이 서봤는데도 늘 설렌다. 자유롭고 행복한데 불안한, 여러 감정이 겹치는 곳”이라고 했다. 유주는 요즘 어느 때보다 공연이 고프다. 팬들을 직접 만나 그간 만든 곡들을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다는 소망이 크다. 그룹 활동 때보다 설 수 있는 무대가 줄어 아쉽지 않으냐는 말엔 고개를 저었다. 유주는 “내가 택한 길이 지름길은 아니라고 처음부터 생각했다”며 “시간이 오래 걸려도 진정성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가 만든 곡으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겠다는 거창한 욕심은 없어요. 다만 제 손을 거쳐 노래를 완성하면, 내 곡이라는 확신이 생겨요. 그러면 불안이 작아지고요. 저는 늘 제게서 부족한 점을 먼저 봤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좀 믿음직스러워졌어요. ‘멋있어!’ ‘대단해!’ 같은 느낌은 아니에요. 여전히 부족한 점은 많아요. 그래도 제 안에서 끌어올린 에너지로 뭔가를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겼어요. 더욱 단단해진 느낌입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