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적’ 김남길 “흔들리지 않는 이야기를 찾아” [쿠키인터뷰]

‘도적’ 김남길 “흔들리지 않는 이야기를 찾아”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10-04 06:00:02
배우 김남길. 넷플릭스

김남길만큼 흥행 마천루를 숨 가쁘게 오르내린 배우가 또 있을까. 1999년 KBS2 ‘학교’로 데뷔한 그는 10년간 조·단역으로 경력을 쌓다가 2009년 MBC ‘선덕여왕’으로 일약 스타가 됐다. 출연작 중엔 관객 860여명을 동원한 히트작(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도, 손익분기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막 내린 작품(영화 ‘비상선언’)도 있다. 관객의 환호와 외면을 번갈아 받다 보면 흥행을 내다보는 선구안이 생기지 않을까. 지난달 26일 서울 안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남길은 고개를 저었다. “점점 더 모르겠어요. 흐름이 워낙 빨라졌잖아요, 작품을 기획할 때와 공개될 때의 세상이 다르죠.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곳이 현대사회라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받는 이야기는 있다. 지난달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도적: 칼의 소리’(이하 도적)가 그중 하나가 될지도 모르는 일. 1920년대 간도를 배경으로 조선인 도적단과 일본군의 충돌을 그린 이 작품에서 김남길은 주인공 이윤을 연기했다. 이윤은 일본군 복무 시절 조선인 학살에 가담한 뒤 죄책감에 시달리다 간도로 떠난 인물. 그곳에서 의병장 출신 최충수(유재명)를 만나 도적단을 꾸린다. 작품은 공개 첫 주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드라마 6위로 올라서며 흥행 청신호를 켰다.

‘도적’ 스틸. 넷플릭스

액션 잘하기로 유명한 김남길은 ‘도적’에서 주특기를 아낌없이 발휘한다. 무게 3~4㎏ 장총을 장난감처럼 다루고, 적군 사이를 날아다니듯 휘젓는다. 과거 낙마 사고 이후 생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승마 액션도 직접 소화했다. 그의 액션엔 서사가 있다. 김남길은 “이윤은 일본군 출신이니 무기를 잘 다룬다는 콘셉트를 토대로 액션을 짰다”면서 “자신의 과오를 잊지 않는 인물이라 싸울 땐 대부분 방어 태세를 취하고 살생을 최소화하려 한다. 대신 감정은 처절해 보이도록 몸을 크게 썼다”고 귀띔했다. 1화에서 이윤이 홀로 마적단을 소화하는 장면은 원테이크로 찍었다. “이윤의 시선과 감정, 점점 지쳐가는 상태를 보여주고 싶다”고 김남길이 제안한 결과다.

김남길은 “일본강점기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리는 게 ‘도적’의 매력”이라고 했다. 이윤만 해도 그렇다. 그는 일본군에 맞서지만 독립을 위해 싸우지는 않는다. 자신이 찾은 가족을 지키려 총칼을 들 뿐이다.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언년이(이호정), 나라보다 자기 안위가 중요한 일본경찰 오오카(정무성) 등 다른 인물들도 개인을 사상 앞에 둔다. “소재에 책임감을 느끼되, 실화를 재현한 작품이 아닌 만큼 당시의 정서만 가져가려 했다”는 설명이다. 주요인물 중 독립투사는 남희신(서현)이 유일하다. 김남길은 “희신의 연약함 때문에 배우(서현)는 너무 수동적인 캐릭터로 보일까 고민하더라. 그렇지만 마음이 강한 캐릭터도 있다. 그런 인물을 서현이 섬세하게 보여줘서 고마웠다”고 돌아봤다.

‘도적’을 마친 김남길은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트리거’ 촬영에 들어간다. SBS ‘열혈사제’ 시즌2도 그를 기다리고 있다. 김남길은 “내년 가을쯤 ‘도적’ 시즌2를 찍고 싶다”고 소망했다. 이중 어떤 작품이 대중의 선택을 받을지는 알 수 없다. 김남길은 그럴수록 “기본에 충실”하려 한다. “결과가 중요하긴 해요. 한 작품을 잘 만들어야 다음 작품도 가능한 거니까요. 배우로서 책임감도 분명 있습니다.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고 믿어요. 결국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겠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시대가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이야기 말이에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