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과 돌파… 한국계 영화인, 할리우드 중심에 서다 [2023 BIFF]

좌절과 돌파… 한국계 영화인, 할리우드 중심에 서다 [2023 BIFF]

기사승인 2023-10-06 16:50:28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한국계 미국인 배우 존 조, 저스틴 전 감독과 스티븐 연, 정이삭 감독(왼쪽부터)이 6일 부산 우동 KNN 시어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예슬 기자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흩어진 사람들’(Diaspora)을 한자리에 모았다.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영화인을 아우른 이번 행사 이름은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 할리우드를 개척한 1세대 한국계 미국인 배우로 꼽히는 스티븐 연과 존 조를 비롯해 영화 ‘미나리’와 애플tv+ ‘파친코’를 각각 연출한 정이삭, 저스틴 전 감독이 부산을 찾았다. 이들은 6일 오후 부산 우동 KNN 시어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계 영화인으로서의 삶과 한국영화의 달라진 위상 등에 관해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할리우드 개척자들, 한류를 목격하다

이들은 “현시점에 한국을 찾는다는 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입을 모았다. “기술·영화적 변화가 일어나며 문화적인 전환기를 겪고 있어서”(존 조)다. 한국계 영화인을 조명하는 특별 기획이 마련된 것에는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계 미국인의 작품에 공감하며 동시에 한국영화에 주목하는 분위기가 반갑다”고 운을 뗀 스티븐 연은 “‘코리안 콘텐츠 웨이브’(한류)는 그 자체로 고무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근 전 세계서 인기였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피지컬: 100’을 언급하며 “서양인이 소구하는 특정 이미지에서 벗어나 스스로 보이고자 하는 모습을 다시 정의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평했다. 정이삭 감독은 “우린 롤 모델 없이 삶의 길을 열정적으로 개척해 왔다”면서 “이런 게 한국인과 비슷하다”고 짚었다. 

존 조. 사진=김예슬 기자
스티븐 연. 사진=김예슬 기자

한국계 영화인이 바라본 한국영화

이들은 한국영화의 특장점이 “다른 방식을 따르지 않고 독창적으로 만드는” 것에 있다고 봤다. 정이삭 감독과 저스틴 전 감독은 “미국영화는 표현이 노골적인 반면 한국영화는 미묘하다”, “할리우드가 이야기를 중시한다면 한국영화는 감정을 중시하며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고 봤다. 두 감독은 한국영화의 위상이 높아지며 달라진 반응을 실감하고 있다. 정이삭 감독은 “한국인의 작업에서 느껴지는 대담함에 영감을 얻았다”며 “우리의 작업 역시 어떤 세대에게 영감을 주길 바란다”고 했다. 저스틴 전 감독은 “이제는 백인 동료들이 한국영화 등에 관해 더욱 공감대를 형성하려 하더라”면서 “그동안 주류사회는 우리와 소통하려 하지 않았다. 이제는 대화의 창이 열린 아름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감개무량해했다. 

흩어진 사람들이 말하는 ‘디아스포라’의 삶

최근 ‘미나리’, ‘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등 이민자 삶을 들여다보는 작품이 인기를 얻었다. 이민자로 살아온 이들 네 사람은 그 이유를 “보편적으로 공감할 소재이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들은 “이민 경험이 없더라도 삶 자체가 여행이다 보니 쉽게 공감할 수 있다”(정이삭), “극적인 삶에 관한 흥미 덕”(존 조), “사회 구조가 격변하며 모두가 이민자 정신을 갖게 됐다”(스티븐 연), “이민자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저스틴 전) 등 여러 의견을 내놨다. 저스틴 전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은 내게서 떼려야 뗄 수 없다”면서 “한국인 역시 우리를 그렇게 생각한다는 점이 내게 큰 울림을 준다”고 했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로서 독자적인 길을 개척한 스티븐 연은 “난관에 좌절하고 돌파하며 많은 걸 배웠다”고 돌아봤다. 정이삭은 “실패 역시 모험”이라면서 “앞으로도 영화를 모험이라 느끼고 싶다”며 바람을 전했다. 존 조는 “예술 분야에서도 아시아인이 활약해 자랑스럽다”며 “힘들던 과거는 지나간 일이다. 이제는 우리가 더욱더 협업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존 조, 저스틴 전 감독, 스티븐 연과 정이삭 감독(왼쪽부터). 사진=김예슬 기자

부산=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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