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껍데기, 달라진 알맹이…‘독전2’ [쿡리뷰]

화려한 껍데기, 달라진 알맹이…‘독전2’ [쿡리뷰]

기사승인 2023-11-18 11:43:59
영화 ‘독전 2’ 스틸컷. 넷플릭스

한 마약사건을 추적하던 형사 원호(조진웅)는 핵심 인물인 속칭 ‘이선생’을 잡기 위해 혈안이다. 그런 그의 앞에 이선생을 자처하는 브라이언(차승원)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내 그가 사칭범임을 알게 된 원호. 그때 또 다른 이선생이 나타났으니, 원호와 공조를 벌이던 버림받은 조직원 영락(오승훈)이다. 이후 영락을 쫓던 원호는 외딴집에서 그와 다시 마주하고, 새하얀 설원에는 의문의 총성만이 울려퍼진다.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독전 2’는 이 같은 이야기를 다룬 5년 전 개봉작 ‘독전’(감독 이해영)의 비어있는 시간을 채우는 작품이다. 자신이 진짜 이선생이라고 주장하고 자취를 감춘 영락이 원호와 다시 마주하기까지의 서사를 설명한다. 우리나라 최초 미드퀄 작품을 표방했다. 전편과 동일하게 조진웅, 차승원이 출연한다. 류준열이 연기한 영락은 오승훈이 대신 맡았다. 이외에도 한효주가 새롭게 합류했다.

새 판을 짠 ‘독전 2’는 어떻게든 멋을 가미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속도감 있는 편집부터 스타카토 같은 장면 전환과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배경음악의 조화, 부감 숏의 적절한 활용 등 작품을 공들여 가꾼 티가 난다. 규모도 대폭 키웠다. 국내를 넘어 태국과 노르웨이 등 해외로까지 무대를 넓혔다. 정글에서의 차량 추격 액션과 총격전 등 볼거리를 다양하게 넣었다.

‘독전 2’ 스틸컷. 넷플릭스

다만 볼수록 조금은 과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화면부터 이야기 전개와 캐릭터 설정까지, 상영시간 내내 영화의 모든 요소가 잔뜩 힘을 주고 있다. 쏟아지는 자기주장 속에서 숨 돌릴 틈이 없다 보니 피로감이 더해진다. ‘독전 2’는 미드퀄을 표방하지만 프리퀄에 해당하는 이야기도 상당 부분 안고 있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과거 시점을 수차례 오가다 보니 까딱하다간 흐름을 놓치기 쉽다.

배우들은 성실히 연기한다. 조진웅은 기시감이 느껴지지만, 불같은 집념을 가진 형사를 차지게 표현한다. 전편보다 비중이 커진 차승원은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 집중한 게 느껴진다. 영락을 연기한 오승훈 역시 제 몫을 해내기 위해 열심이다. 섭소천을 연기한 한효주는 중국어 대사를 막힘없이 소화한다. 오히려 연변 말투가 어색하게 들릴 정도다. 김주혁이 맡았던 진하림을 대신 연기한 변요한은 역시나 호연을 펼친다. 농아 남매를 연기한 김동영과 이주영의 활약도 강렬하다. 

전편을 보지 않아도 이해엔 무리가 없다. 극 초반에 전사(前史)에 해당하는 ‘독전’의 주요 내용을 함축해서 보여준다. 하지만 이후부터 뻗어가는 ‘독전 2’만의 이야기는 무게중심이 희미하다. 전편의 반전 요소를 또 한 번 꼬아두며 강점을 이어가지 못한다. 캐릭터들의 몇몇 행동에는 당위성을 찾기도 어렵다. 그렇다 보니 공감이나 이입할 여지가 줄어든다. 일부 장면이나 대사에서는 의도성이 지나치게 느껴진다. 주연배우가 바뀐 것 역시 낯설다. 전편을 봤다면 아쉬워할 만한 대목이 몇 곳에서 보인다. 이전 작품에 만족했던 시청자는 달라진 설정에 거부감을 느끼겠다. 각기 다른 목적으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브라이언과 원호, 영락의 관계 변화를 주목하면 새로운 맛을 즐길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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