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승룡이 수만 관객을 앞에 두고 청양고추를 씹어 먹었다. 천만 배우가 기행을 벌인 곳은 2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마마 어워즈’. 영화 캐릭터 인디아나 존스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무대를 가로지른 그는 고추를 씹은 뒤 이렇게 외쳤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고추인가, 열정인가. 자 이제 한 번 미친 폼으로 살아볼까.”
류승룡의 ‘청양고추 퍼포먼스’는 그룹 에이티즈와의 합동 무대에서 펼쳐졌다. 에이티즈는 지난 6월 미니 9집 발매를 앞두고 트럭에 청양고추를 담아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타이틀곡 ‘바운시’(BOUNCY) 가사에 “청양고추 바이브”가 반복되는 점에 착안한 프로모션이었다. 류승룡이 외친 ‘미친 폼’도 에이티즈의 노래 제목이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로 시작하는 유행어는 류승룡이 출연한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에 나온다. ‘마마 어워즈’를 주최하는 CJ ENM은 이 영화 배급도 맡은 바 있다.
‘2023 마마 어워즈’가 28일과 29일 이틀간 도쿄돔에서 열렸다. 올해는 ‘원 아이 본’(ONE I BORN)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세상 단 하나의 존재 ‘나’(I)와 ‘마마’가 만나 긍정적인 에너지를 통해 완벽한 하나가 된다는 의미”(박찬욱 Mnet 사업부장)다. 그룹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아이브, 뉴진스 등 대형가수가 불참했으나 기획 공연으로 볼거리를 채웠다. 첫째 날엔 일본 전설적인 밴드 엑스재팬 리더 요시키가 출연해 태현·휴닝카이(투모로우바이투게더), 명재현(보이넥스트도어), 앤톤(라이즈), 한유진(제로베이스원)과 합동 공연을 펼쳤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동방신기의 공연에 소속사 후배 라이즈가 깜짝 등장했다.
여성 아티스트들도 한데 모였다. 민니((여자)아이들), 허윤진(르세라림), 샤오팅(케플러)과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리즈 출신 안무가 모니카, 바다는 신화 속 여성 캐릭터를 재해석했다. 신화에서 괴물로 불렸던 사이렌, 메두나, 키메라, 스핑크스를 노래로 소환한 뒤 “괴물로 보이지만 우리는 힘을 갖고 태어난 존재들이다. 우린 신으로 다시 깨어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무대를 소개했던 그룹 소녀시대 멤버 수영은 이후 시상자로 무대에 섰다가 객석을 물들인 분홍색 야광봉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분홍색은 소녀시대를 상징하는 색이다.
시상식에선 삼성 갤럭시 핸드폰이 조연 노릇을 했다. 삼성 갤럭시는 ‘2023 마마 어워즈’ 타이틀 스폰서(후원사)다. ‘올해의 앨범’ ‘올해의 가수’ ‘올해의 노래’ ‘올해의 월드와이드 아이콘’ 등 대상 4개 부문 이름 앞엔 ‘삼성 갤럭시’가 붙었다. 수상자 이름은 삼성 갤럭시 플립에 담겨 전달됐다. (여자)아이들이 공연 말미 휴대폰을 꺼내 들어 관객과 셀카를 찍거나 휴대폰으로 세븐틴 공연을 촬영하는 관객이 방송 카메라에 포착된 것도 삼성 갤럭시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