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광석 1000회 공연한 이곳 “학전은 꿈의 장소”

故 김광석 1000회 공연한 이곳 “학전은 꿈의 장소”

기사승인 2023-12-05 17:55:04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앞에 앉은 가수 김민기. 학전

‘청년 가객’ 김광석은 이곳에서 1000회 공연했다. 한국 소극장 뮤지컬 중 처음으로 라이브 밴드를 도입했던 ‘지하철 1호선’도 이곳에서 관객을 만났다. 내로라하는 대중문화예술인들이 “첫발을 내딛게 한 꿈의 장소”(가수 박학기)이자 “청년 문화의 상징”(배우 설경구)이라고 표현한 이 공연장은 서울 대학로에 있는 학전블루 소극장(이하 학전). 가수 김민기가 자신의 음원·저작권 수익을 쏟아 지켜온 이곳이 내년 3월 문을 닫는다. 박학기 등 후배 예술인들은 학전을 기념하며 내년 2월28일부터 3월14일까지 ‘학전 어게인’이란 제목으로 릴레이 공연을 연다.

5일 서울 내발산동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만난 박학기는 “우린 김민기 형님과 학전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 그 빚을 갚고 싶어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가 ‘마음의 빚’을 거론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김민기는 ‘아침이슬’ 등이 금지곡으로 지정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마당극을 만들고 뮤지컬을 제작했다. 그가 1991년 세운 학전은 음악인과 연극인 모두에게 ‘꿈의 터전’ 노릇을 했다. ‘천만 배우’ 설경구도 학전에서 포스터 붙이는 일을 하다가 배우로 발탁됐다. ‘지하철 1호선’이 그의 데뷔작이다. 그는 “‘아침이슬’의 뿌리인 학전도 서울시나 재단에서 (운영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학전 어게인’ 공연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학기, 배해선, 장현성, 설경구, 방은진, 김형석, 한경록(크라잉넛), 박승화(유리상자), 루카(여행스케치). 사진=이은호 기자

다만 현실적으로 학전을 다른 단체가 위탁해 운영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학전의 재정난뿐만 아니라 김민기의 건강 문제도 겹쳐서다. 김민기는 현재 위암 투병 중이다. 그와 ‘지하철 1호선’을 함께 만든 방은진 감독은 “선생님(김민기)이 폐관할 시기가 됐다고 명확히 판단하셨다. 기업이나 정부에 뭔가를 바라고 있진 않다. 공간을 산다고 해서 극장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김광석 노래비와 벽채만 남겨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다”고 말했다. 박학기 역시 “‘학전의 DNA’가 유지돼야 하는데, (김민기 없이) 유지되기 어렵다”며 “공연장 이관도 김민기의 뜻과는 다르다”고 봤다.

‘학전 어게인’ 공연은 예술인 김민기를 돌아보는 자리로 꾸려진다. 윤도현, 동물원, 장필순, 유리상자, 이은미, 시인과촌장, 크라잉넛, 최백호, 한영애 등이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경구 등 학전과 연이 깊은 배우들도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가수 두 팀과 배우 한 팀이 출연하는 공연, 고(故) 김광석 다시부르기 공연, 김민기 트리뷰트 공연으로 나눠 진행한다. 수익금은 학전의 재정과 새로운 출발을 위해 쓰인다. 현재 학전에선 ‘지하철 1호선’이 공연되고 있다. 다음 달 6일 제2회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 내년 1~2월 어린이 연극 ‘고추장 떡볶이’ 등도 예정대로 공연한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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