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시장 독점 아냐”…유통·제조사 ‘희비’ 교차

“올리브영 시장 독점 아냐”…유통·제조사 ‘희비’ 교차

공정위, 과징금 19억원…“시장지배적 지위는 아냐”

기사승인 2023-12-07 16:52:12
사진=안세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CJ올리브영에 납품업체 갑질 혐의 등으로 19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초 수천억원까지 과징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지배적 지위’가 인정되지 않아 이 정도로 그쳤다. 

이를 두고 유통사와 제조사간 희비가 엇갈렸다. 유통사의 경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유통사에서 마케팅 수단으로 공공연한 ‘독점 계약 전략’이 이번에 문제가 됐을 경우 본인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제조사 입장에선 독점 계약 전략이 법적 문제가 없어질 경우 올리브영을 비롯한 유통사들의 힘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공정위 “시장지배적 지위 없어”

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CJ올리브영의 납품업체들에 대한 △행사독점 강요 △판촉행사 기간 중 인하된 납품가격을 행사 후 정상 납품가격으로 환원해 주지 않은 행위 △정보처리비 부당 수취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18억96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 고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위원회는 이와 같은 CJ올리브영의 EB(독점적 브랜드) 정책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심의 절차 종료를 결정했다. EB정책은 경쟁사인 랄라블라, 롭스 등과 거래하지 않는 조건으로 납품업체에게 광고비 인하, 행사 참여 보장 등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올리브영의 행위가 지속된 약 10년의 기간 동안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빠르게 변화해 온 점과 이로 인해 여러 형태의 화장품 소매유통 채널이 역동적으로 등장해 성장 및 쇠락하는 현상이 관찰됐다”면서 “특히 근래에는 오프라인 판매채널과 온라인 판매채널 간 경쟁구도가 강화되는 상황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관련 시장은 H&B 오프라인 스토어보다는 확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쿠키뉴스 DB

독점 논란 벌써 세 번째, 그동안 어땠길래

그간 CJ올리브영은 헬스앤뷰티(H&B) 시장 독점 기업이라는 논란이 계속됐다. 독점이라는 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을 했다는 신고는 현재까지 3번 이뤄졌다. 이번 공정위 결과는 두 번째 사례다. 지난해 4월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납품업체가 ‘랄라블라’(GS리테일), ‘롭스’(롯데쇼핑), ‘부츠’(이마트) 등 경쟁사와 계약하지 못하도록 한 것에 대한 결과다.

앞서 올리브영은 2019년에도 비슷한 사유로 인해 납품업체에 대해 부당반품을 요구해 10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은 바 있다. 공정위는 2014~2017년 납품업체에 대한 불공정 행위를 지속하는 등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위반 사항은 정당한 사유 없는 반품, 납품업체 직원 부당 사용, 계약 서면 지연 교부, 판매촉진행사 비용 전가, 상품판매대금 지연 시 이자 미지급 등이다. 이 조치는 헬스앤뷰티 업체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제재한 첫 번째 사례다.

최근에는 쿠팡의 신고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쿠팡 측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A사가 쿠팡에 납품할 경우 CJ올리브영 내 매장을 축소하겠다고 압박했다. 또 B사에게는 인기 제품을 쿠팡에 납품할 수 없도록 ‘금지 제품군’으로 지정했으며 C사에게는 쿠팡에 납품할 경우 입점 수량·품목을 축소하겠다는 등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게 쿠팡의 주장이다.

사진=안세진 기자

유통·제조사간 엇갈린 반응

제조사와 유통사간 희비가 나뉘었다. 우선 유통 채널들의 경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유는 EB정책에 대해 공정위가 큰 문제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문제가 됐다면 많은 유통업체들의 EB정책들이 다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례로 최근 국내 1위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협약서를 통해 협력사에 독점 혜택을 제공하는 등 부당 계약 조건을 강요한 사실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반면 우선 화장품 제조사 등 협력사에선 CJ올리브영의 이런 갑질이 다시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과 거래하는 화장품 제조사들 중에는 중소기업이 많다. 이같은 독점거래 방식이 문제가 없어지면 앞으로도 중소기업들은 올리브영 입점만을 할 수 밖에 없게 되고 또다른 채널을 이용한 제품 판매가 불가능해진다”며 “결국 올리브영의 힘만 계속 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중소기업 브랜드 중심의 K뷰티 유통 플랫폼 육성 과정에서 미처 살피지 못했던 부분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문제가 된 부분은 내부 시스템 개선을 이미 완료했거나 완료할 예정이며, 향후 모든 진행과정을 협력사들과 투명하게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J올리브영은 앞으로도 중기 뷰티 브랜드의 성장과 글로벌 진출의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업계와 지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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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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