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X ‘세탭’ 송경진 “팬들 기대 충족하는 선수 되고 싶어” [쿠키인터뷰]

DRX ‘세탭’ 송경진 “팬들 기대 충족하는 선수 되고 싶어” [쿠키인터뷰]

2군에서 차기 시즌 앞두고 1군으로 올라온 DRX 미드라이너
“목표 플레이오프 진출 이끌 수 있는 미드라이너가 되는 것”

기사승인 2023-12-08 15:10:02
DRX의 미드라이너 ‘세탭’ 송경진. 사진=김찬홍 기자

DRX는 최근 몇 년간 준수한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상위권을 넘봤다.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2022 LoL 월드 챔피언십’에서 기적적인 우승을 일궈내기도 했지만, 유난히 국내 무대에서는 우승과 연이 멀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사실상 실패나 다름 없었다. 2023년을 앞두고 ‘크로코’ 김동범, ‘페이트’ 유수혁, ‘덕담’ 서대길 등을 영입하며 경쟁력 있는 로스터를 만든 DRX지만,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스플릿’에서 9위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이후 서머 시즌에는 3군에 있던 일부 선수들을 콜업하는 등 많은 노력을 거쳤지만 6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DRX는 2024년을 앞두고 변화를 택했다. 2군 팀인 DRX 챌린저스 선수 3명을 1군으로 승격했다. DRX 챌린저스팀은 2군 리그인 ‘LCK 챌린저스 리그(LCK CL)’에서 최근 2년간 상위권에 꾸준히 순위를 올릴 정도로 재능 있는 선수들이 여럿 모여있었다.

이중 미드라이너 ‘세탭’ 송경진은 2022년부터 올해까지 약 2년 간 DRX 챌린저스팀에서 주전 미드라이너로 활약해왔다. 뛰어난 라인전과 챔피언 풀이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2년간 LCK CL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그는 이제 1군 무대로 올라설 준비를 마쳤다.

지난 7일 DRX 사옥에서 송경진을 만났다. 2004년생으로 만 19세인 그는 풋풋하면서도 누구보다 진중했고 당찼다.

어릴 때 형을 따라 리그오브레전드(LoL)에 입문했다던 송경진은 “2017년쯤에 LoL을 시작했다. 당시 처음으로 배치를 받았을 때는 실버 정도였다”라면서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조금씩 티어가 오르기 시작했고, 한 3년 정도 게임을 하니 마스터~그랜드마스터 티어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송경진은 프로게이머에 도전하게 된 계기에 대해 “코로나19로 고등학교 입학이 늦어졌다. 한 5월쯤에 입학을 했는데 중간고사를 친지 얼마 되지 않아 기말고사를 준비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 불만이 생겼다”고 웃음을 지으며 “시험이 끝나고 휴식이 필요한 데 또 공부를 하라고 해서 세상에 불만이 생겼달까. 당시 게임에 나름 자신이 있어 ‘프로게이머에 도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프로게이머를 도전하는 데 있어서도 형의 조언이 컸다고 한다. 그는 “당시에 티어가 그렇게 높지 않아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형이 도전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해서 (프로게이머를)시작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송경진의 닉네임인 ‘세탭’도 송경진의 친형이 만들어줬다고 한다. 송경진은 “연습생 시절에 대회를 나가게 됐는데, 급하게 닉네임을 지어야 했다. 당시에 형이 닉네임을 별 다른 뜻은 아니지만 ‘세탭’으로 만들었다. 당시에는 닉네임의 중요성을 잘 몰라서 계속 활용했다”고 전했다.

송경진에게 형은 좋은 자극제였다. 그는 “형도 게임을 잘하는 편이다. 내가 게임을 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형도 마스터 티어였던 걸로 기억한다. 형을 뛰어넘고 싶었다. 형이 미드라이너를 하고 있었고, 형을 뛰어 넘고 싶은 마음에 미드라이너 포지션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하는 DRX의 미드라이너 ‘세탭’ 송경진. 사진=김찬홍 기자

1년 간의 연습생 기간을 거쳐 2022년에 챌린저스 팀에 올라선 그는 그해 2월8일 갑작스럽게 1군 리그인 ‘2022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스플릿’ KT 로스터와 경기를 치르게 됐다. 당시 DRX 1군 선수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자가격리로 경기에 나설 수 없었고, ‘김혁규’ 데프트를 제외한 2군 선수들이 1군 무대를 밟았다.

당시 송경진은 ‘빅토르’를 활용해 맞상대였던 KT의 ‘아리아’ 이가을을 상대로 3분 만에 솔로킬을 내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플레이어 오브 더 게임(POG)도 그의 몫이었다.

당시 경기를 회고한 송경진은 “갑작스럽게 콜업된거라 정신이 없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정말 긴장만 했던 것 같다”라면서 “2군 팀에 합류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1군을 뛰게 됐는데 ‘해볼만 한 무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팬들의 박수를 받을 때 프로게이머를 해야 하는 계기를 찾은 느낌이었다. 동기부여가 됐던 경기였다”고 전했다.

당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그는 한 세트 만에 2군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2군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좀처럼 1군 무대로 올라서지 못했다. 그 사이 같이 뛰던 동료들은 해외로 이적하거나 혹은 LCK 무대를 밟기도 했다.

그는 위로 향하는 동료들을 보며 “처음 LCK 챌린저스 리그(CL)에 데뷔했을 때 부족한 부분이 많았는데 당시 팀원들이었던 형들이 잘 끌어줬다. 당시 팀원들이라면 언제든 1군 무대를 올라갈 거라 생각했다”라면서 “스스로 조급한 마음은 없었다. 데뷔 시즌부터 CL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만큼 언제든지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해왔다”고 전했다.

그에게도 1군 콜업의 기회가 있었다. ‘2023 LCK 스프링 스플릿’에서 9위로 마친 DRX는 라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군과 3군에 있던 선수들 중 1군에 올라올 수 있는 선수들을 테스트했다. 이 중 송경진도 대상자였다. 하지만 당시 아카데미팀(3군)에 있던 ‘예후’ 강예후가 선택을 받았다.

송경진은 “팀에서 결정한 부분인 만큼 당연히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라면서도 “당시 기회가 별로 주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해 많이 분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이어 “그러면서도 결국 내 스스로가 부족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에는 증명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마음가짐을 되찾고 스스로 동기부여로 삼으려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시즌을 치르던 그는 지난 9월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3 아시아 스타 챌린저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견인했다. 송경진의 커리어 사상 첫 우승이었다. DRX 챌린저스팀은 정규리그에선 항상 상위권에 위치했지만, 유독 플레이오프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송경진은 “우승이 기쁘기도 했지만 디플러스 기아를 상대로 8강에서 승리할 때가 제일 기뻤다. 유독 디플러스 기아만 만나면 졌다. ‘덕담’ 서대길 선수가 왔을 때도 졌었다. 그래서 그 순간 만큼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이어 “정규시즌 때 잘하다가도 플레이오프만 가면 떨어지니 ‘나는 우승을 못하는 선수인가’라는 자책도 많이 했다. 그래도 우승을 해보니 ‘나도 할 수 있는 선수’라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기뻤다”고 덧붙였다.

2024시즌 DRX 로스터. DRX

챌린저스에서 탄탄한 커리어를 쌓은 송경진은 지난달 23일 1군으로 정식 콜업됐다.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비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다.

송경진은 “스크림을 할 때도 다른 부분이 느껴진다.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랑 하다보니 얻는 것도 많다. 또 ‘충분히 할 만 하다’는 생각도 들어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라면서 “1군으로 콜업됐으니 기대에 부응하고 증명을 해야 한다.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이전에는 잘 하다가도 무너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내년엔 그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막 1군에 콜업한 송경진은 팀의 주장인 ‘라스칼’ 김광희와 7살 차이가 난다. 그는 “1군에서 오래 뛰신 베테랑인 선배다. 사실 처음에는 다가가기 많이 어려웠다. 그래도 형이 먼저 다가와줬다. 대화도 많이 걸어줬다. 덕분에 많이 친해진 것 같다”고 웃음을 지으면서 “(김)광희형이 연습을 하다보면 중간에 핵심 부분을 워낙 잘 짚어준다. 덕분에 게임이 잘 흘러가고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1군과 2군의 가장 느끼는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그는 “스크림을 할 때 한타(대규모 교전)가 크게 다르다. 사실 CL에서는 한타로 뒤집는 게 굉장히 쉽다. 선수들도 구력이 짧다보니 디테일 하지가 않다. 하지만 1군 리그는 다르다. 내가 아는 것 만큼 상대도 그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 역전의 발판, 실마리 이런 것들을 보는 게 정말 쉽지 않다고 느껴진다”고 답했다.

DRX의 미드라이너 ‘세탭’ 송경진. 사진=김찬홍 기자

송경진은 LCK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자신의 강점에 대해선 라인전을 꼽았다. 그는 “처음에는 조금 밀릴 수 있더라도 나중에 갔을 때 라인전 부분에서 유리하게 갈 수 있다는 생각이 있다. 라인전을 최대한 강하게 가져가는 스타일”이라고 소개하며 “메타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최근에는 아칼리가 자신있다”고 자신을 어필했다.


그는 DRX가 현재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바라봤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플레이오프는 내가 잘하면 무조건 갈 수 있을 것 같다. 스크림 결과를 복기하자면, 좋은 결과가 있던 게임에서는 운영적인 부분에서 합이 잘 맞았다고 느껴졌다. 내가 라인전을 잘 풀어냈을 때 결과가 좋게 나오기도 했다. 물론 모든 팀들과 스크림을 한 건 아니지만, 기대되는 부분이 크다”라고 전했다.

그는 다음 시즌 붙어보고 싶은 상대로 T1을 꼽았다. 그는 “최근에 ‘2023 LoL 월드 챔피언십’도 우승을 했고, 누가 봐도 제일 잘하는 팀”이라면서 “이런 팀을 이기면 얻는 게 많을 것”이라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송경진은 다음 시즌 목표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꼽았다. “일단 목표는 플레이오프다. 플레이오프를 이끌 수 있는 미드라이너가 되는 것”이라면서 “물론 LCK에서 시작하자마자 잘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나는 아직 성장을 해야 하는 선수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못할 수도 있지만, 결국에 나는 잘 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당차게 답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24년은 나를 증명해야하는 한 해가 되겠지만, 성적 이외에 다른 것을 얘기하자면 나와 우리 팀을 기대해주는 팬들에게 그 기대를 채워주는 게 목표다. 팬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우리는 가능성이 있으니 믿고 지켜봐주셨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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