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 반복되나…행동주의 펀드 삼성물산 정조준

악연 반복되나…행동주의 펀드 삼성물산 정조준

기사승인 2023-12-09 06:00:26
삼성물산 

영국의 헤지펀드 팰리서 캐피털(Palliser Capital)이 삼성물산에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촉구하면서 제 2의 엘리엇 사태로 부상하고 있다. 더군다나 팰리서캐피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제임스 스미스는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던 인물이다. 그는 당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 안건을 주도해 왔다. 이번 지분 취득도 그가 주도한 것이다. 삼성물산 입장으로서는 악연의 재반복이나 다름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팰리서 캐피탈이 조직 개편을 빌미로 삼아 적극적인 주주 행동주의를 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이들이 제안한 지주사 전환 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게다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불거진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불법승계’ 의혹 공판도 앞두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털은 최근 삼성물산 자사주 소각과 지배구조 개선 등을 촉구하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배포했다. 자료에 따르면 삼성물산 주가와 내재가치 사이엔 250억 달러 상당 차이가 있다. 할인율로 환산하면 63%다.

팰리스캐피털은 “삼성물산이 높은 할인율에 거래되고 있어 투자자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물산 주가는 실적 대비 저평가되고 있다. 삼성물산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7968억 원(연결·잠정)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65% 상승했다. 시장에서도 연간 최대 영업이익 달성을 전망하고 있다.

삼성물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이에 비해 0.79 수준이다. PBR은 주가가 한 주당 몇 배로 매매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PBR이 1미만이면 기업 장부가치보다 주가가 낮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삼성물산이 지주사로 전환되긴 어려워 보인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변수다. 보험사는 계열사 주식·채권을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채권 가치는 취득원가로 평가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를 확보한 최대 주주다. 총수 일가는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다.

개정안은 주식과 채권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게 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유예기간 내에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한다. 이러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2.5%로 떨어진다. 

삼성물산이 지주사로 전환하려고 해도 삼성전자 지분을 30%까지 확보해야 한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5.01%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25%를 사들이는 비용이 만만찮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전환을 하려면 삼성전자를 사야하는데 120조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며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서 이재용 회장이 부당하게 개입했느냐에 관한 판결이 다음 달에 나오는데 지주사 전환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를 포기하면 할 수 있겠지만 포기 못하지 않느냐”며 “지주사 전환은 가능성이 없는 얘기”라고 단언했다.

지배구조 개편은 무리수에 가까우므로 헤지펀드의 요구는 결국 주가 부양이 목적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팰리서캐피털은 삼성물산 지분 0.62%를 소유한 주주이기도 하다. 

이 연구위원은 “헤지펀드가 지분을 가지고 있으니까 주주행동주의 관점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라면서도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으로 하느냐 안 하느냐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을 하려면 삼성생명 법이 통과돼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라며 “다만 행동주의라는 주주친화 분위기가 대세여서 단순히 지주사 전환목적만은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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