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선까지 띄운 강성 이용자 시위…업계·전문가는 “우려”

비행선까지 띄운 강성 이용자 시위…업계·전문가는 “우려”

‘원신’ 이용자들, 지난달 개발사 비판 비행선 띄워
업계, “게임 운영에 압박감…신뢰와 기다림 필요해”
전문가, “개발사가 이용자와 소통을 잘 챙겨야”

기사승인 2024-01-04 06:00:07
비행선을 이용한 시위가 진행되는 모습. 연합뉴스


게임 이용자들의 시위 강도가 거세지는 것에 대한 업계·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21일 게임 커뮤니티 ‘아카라이브 원신 채널’ 이용자들은 서울 마포 상공에 비행선을 띄웠다. 대형 SUV 2대를 합쳐놓은 크기의 비행선에는 ‘혐오표현 방치말고 개선의지 내비쳐라’ 등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비행선은 약 2시간 가량 서교동 일대를 비행했다.

해당 시위에는 ‘원신’ 개발사 호요버스의 게임 운영을 비판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신 이용자들은 게임 캐릭터 디자인에 참여한 원화가가 과거 소셜미디어에 ‘남성 혐오’ 표현이 담긴 게시글을 게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다만 호요버스가 이 같은 민원에 대응하지 않자, 이용자들은 항의에 나섰다.

최근 게임 커뮤니티는 개발사에 대해 적극적인 항의를 진행하는 분위기다. 트럭 시위는 이미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다. 트럭 시위란 LED 전광판을 탑재한 트럭에 메시지를 띄우고 도심을 돌아다니도록 하는 것인데,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고 이목을 끌기 좋아 애용된다. 1인 시위로 분류돼 신고 의무 또한 없다.

이에 그치지 않고 버스나 심지어는 말을 끌고 와 ‘마차’까지 동원한 시위가 게임 업계를 둘러싸고 펼쳐졌다. 이 중심에는 ‘총대’라 불리는 강성 이용자가 존재한다. 이들은 게임 커뮤니티에서 모금을 받아 시위를 계획하고 집행한다.

e스포츠 구단 DRX에 행해진 트럭 시위. 사진=차종관 기자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총대 등 강성 이용자 중심으로 시위 강도가 거세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자사를 향한 시위를 직접 겪었던 업계 관계자는 “게임 이용자들의 압박이 심해 스트레스가 있다. 게임사의 방향대로 게임 운영을 해나가기 힘들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게임 이용자들이 ‘개발사가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신뢰를 가지고 기다릴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총대들이 특정 오브제(비행선 등)를 활용해 이슈가 커지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 조금은 더 생산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첨언하기도 했다.

김정대 동양대학교 게임학과 교수는 “일부 강성 이용자들이 목소리를 관철시키고 관심을 끌기 위해 도를 넘고 있다. 그들은 개발사와 ‘줄다리기’ 게임을 즐기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도 “개발사가 게임 이용자와 소통을 잘 했다면 사태가 이런 지경까지는 안 갔을 것”이라며 “온라인 게임은 쌍방향 미디어이자 게임 이용자들의 새로운 생활 터전이다. 강성 이용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전에 개발사 차원에서 주도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소통의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비행선 시위와 관련해 모금액 횡령 논란이 인 것을 두고 시위 주최 측에 과한 권력이 쏠리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대표는 “광고 시위는 주체가 익명성 뒤에 가려져 있다”고 지적하며 “운동은 주최가 있다고 한들 결국 같이 만들어 나가는 것인데, 소수의 총대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나머지 구성원은 ‘돈만 내는 존재’가 되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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