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은 이걸로 주세요” 생일에 후원계좌 올리는 청년들 [쿠키청년기자단]

“선물은 이걸로 주세요” 생일에 후원계좌 올리는 청년들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4-01-14 12:35:54
생일 선물을 주고받는 대신 기부하는 문화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진=이은서 기자

MZ세대 사이에서 생일 기부 문화가 나타나고 있다.

김세인(22)씨는 생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7일 SNS에 글을 올렸다. 생일 선물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게시물이었다. 김씨는 비슷한 종류의 선물이 쌓이는 게 난감했다. 매년 받는 핸드크림과 립밤은 다 쓰기 어려울 정도 쌓였다.

선물을 사려는 지인들에게 그 비용을 비영리단체에 후원해 달라고 했다. 김씨는 약 1년간 관심을 두고 활동했던 장애인 도우미견 협회를 기부처로 정했다. 참여가 적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20여명이 돈을 보냈다. 김씨 본인도 금액을 보탰다.

처음엔 선물 없는 생일에 허전함을 느꼈다. 그러나 ‘소중한 기회를 줘서 고맙다’, ‘가치 있는 일에 참여해 좋다’ 등의 반응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특히 재정적으로 어려운 비영리단체를 도왔다는 사실이 김씨를 보람 있게 했다. 그는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기분 좋은 기념일이었다”며 “다음엔 금액을 늘려 모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수현(28)씨는 지인이 ‘무엇을 갖고 싶냐’고 물으면 떠오르는 게 없었다. 진심이 담긴 축하 인사면 충분했다. 생일 때마다 쏟아지는 선물을 다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다. 물질적으로 필요한 게 없다고 느낀 순간부터 기부로 눈을 돌리게 됐다.

생일 기부를 부탁하는 SNS 게시물. 장애인도우미견협회에 후원하겠다는 내용의 글이다. 김세인씨 SNS 캡처

박씨는 생일에 맞춰 올해로 3년째 기부를 하고 있다. 이제는 익숙한 연례행사다. 날짜가 다가오면 SNS에 게시물을 올린다. 선물 대신 돈을 후원해 달라는 글이다. 참여자가 박씨의 계좌로 돈을 보내면, 도움이 필요한 단체에 물품이나 기부금을 전달하고 영수증을 인증한다. 올해부턴 참여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후원금을 만원 이하로 받고 있다. 박씨는 이런 방법으로 지금까지 청소년쉼터, 시립청소년센터, 청소년 관련 비영리단체 등을 도왔다.

기부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박씨는 “저 역시도 살면서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아왔다”면서 “이제는 제가 다른 사람들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고 했다.

사랑의열매 나눔문화연구소가 발표한 ‘2023 기부트렌트’에 따르면 과거 기부는 타인과 사회 전체를 위한 연대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기부는 자아실현을 위한 통로로 인식되고 있다. 기부의 이유가 타인과 사회에 대한 공헌에서 개인의 성장과 만족감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젊은 층에서 두드러진다.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지난 2022년 기부 경험 및 기부문화 관련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결과에 따르면 기부 마라톤 등 ‘체험활동을 통한 기부’에서 20대(34.4%)와 30대(32.0%)의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 반면 40대는 27.6%, 50대는 23.6%만 호감 가는 방식이라고 답했다.

MZ세대가 공유하는 기부 문화에는 세대 특성이 반영됐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정진경 부소장은 “청년층은 독특성, 창의성, 자기 관련성을 중시한다”며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에 참여하려는 태도가 생일 기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은서 쿠키청년기자 euntto0123@naver.com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