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올해 가장 문제적 반전…연상호 가족드라마 ‘선산’

어쩌면 올해 가장 문제적 반전…연상호 가족드라마 ‘선산’

기사승인 2024-01-18 11:00:02
‘선산’ 스틸. 넷플릭스

오는 19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선산’은 논쟁적인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후반부에 드러나는 반전 때문이다. 작품은 기이하게 얽힌 가족관계를 비추며 혈연을 족쇄처럼 묘사한다. ‘도발적’이라 표현하기엔 무엇에 대항한 도발인지 흐릿하고, ‘충격적’이라고 말하자니 반전을 설명하는 방식이 평이하다. 절망에 빠진 인간을 지켜보는 연상호 감독의 시선은 인장처럼 선명하다. 시청자 반응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호기심이 커진다.

주인공 윤서하(김현주)는 존재도 모르던 작은아버지에게 선산을 상속받은 뒤 공포에 시달린다. 산을 노리는 사람들 때문이다. 산 주변 마을 주민들은 작은아버지 죽음을 눈에 띄게 반가워한다. 갑자기 나타난 이복동생 김영호(류경수)는 자신에게도 지분이 있다며 서하에게 늘어 붙는다. 지난 15일 서울 안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연 감독은 “가족의 민낯을 제대로 파고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선산을 둘러싼 친족의 갈등”을 다룬 장르물 시놉시스를 들고 부산국제영화제 필름 마켓을 찾았다. 그때 그 시놉시스를 다듬어 내놓은 작품이 ‘선산’이다. 연출은 연 감독과 ‘부산행’ ‘염력’을 작업한 민홍남 감독이 맡았다.

작품은 선산을 둘러싼 연이은 죽음을 따라간다. 처음엔 작은아버지가 죽고, 서하의 남편 양재석(박성훈)과 재석을 미행하던 심부름센터 직원도 죽는다.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에선 새로운 진실이 드러난다. 비밀을 풀 열쇠는 서하·영호 남매의 아버지가 쥐었다. 피로 얽힌 세 사람의 관계는 끈끈하다기보단 질척댄다. 쉽게 벗어날 수 없고 완전히 외면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잇딴 죽음을 추적하던 두 형사 최성준(박희순)과 박상민(박병은)도 가족사로 얽혔다. 그만큼 작품 전체에 ‘가족’이란 키워드가 지배적인데, 때론 과하다는 인상도 준다.

‘선산’ 스틸. 넷플릭스

연 감독은 그간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다뤘다. ‘부산행’에선 좀비 사태로부터 딸을 구하는 부성애를 그렸고, 넷플릭스 ‘지옥’으로는 죽을 운명인 아기를 살리려는 부모의 희생을 보여줬다. 공상과학물에서조차 연 감독은 ‘모녀 멜로’(영화 ‘정이’)로 눈물샘을 자극했다. ‘선산’은 비슷한 듯 다르다. 이 세계의 가족애는 헌신적이다 못해 잔혹하다. 메가폰을 잡은 민 감독은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가족이 가진 다층적인 개념이 이 작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먼저 공개된 예고편에서 부적과 굿판 등이 나왔으나 실제 무속신앙을 본격적으로 다루진 않는다. 한국적 색채를 내면서도 긴장감을 주려는 의도가 읽힌다. SBS ‘악귀’나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 같은 초자연적 공포를 기대하긴 어렵다. 연 감독은 신앙과 가족이 비슷하다고 봤다. 이성을 일부 마비시킨다는 점에서다. 두 소재를 엮은 ‘지옥’은 공개 후 4주간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톱10에 들고, 로튼토마토 전문가 평점 97%를 기록하는 등 호평을 받았다. ‘선산’이 그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연 감독은 “작품의 반전이 충격적으로만 느껴지지 않길 바랐다”며 “‘선산’은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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