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깅이 알면 나도 밈 박사”…2030이 빠진 햄깅 팝업스토어 [가봤더니]

“햄깅이 알면 나도 밈 박사”…2030이 빠진 햄깅 팝업스토어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4-02-28 14:00:17
지난 25일 서울숲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열린 햄깅 팝업스토어. 사진=유민지 기자

25일 오후 굿즈샵과 플리마켓이 즐비한 서울 성수동 서울숲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유독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유리 외관에서 밝게 웃고 있는 햄스터와 토끼, 강아지 캐릭터가 그곳이 햄깅 팝업스토어임을 알리고 있었다.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자동차 타이어 모양의 눈동자로 유명한 햄스터 ‘햄깅’이는 2020년 X(구 트위터)에서 한 유저가 만든 캐릭터다. 그림판에서 대충 그린 듯한 그림체와 짧고 뚱뚱한 손발이 특징이다.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각종 밈(Meme, 인터넷 유행어)을 햄깅이의 상황에 대입해 유쾌하게 풀어가는 것이 주된 콘텐츠다. ‘시험 기간에 노력한 만큼 나오면 안 된다’, ‘월급 다썼으니 더 달라’ 등 학생과 직장인의 속마음을 투영한 그림들도 인기다.

햄깅이는 유명 웹툰 작가의 작품도 기업의 캐릭터도 아니다. 작가가 중학생 때 낙서장에 끄적인 햄스터 캐릭터에서 시작된 캐릭터로 이번 팝업 스토어도 직접 열었다. 이날 4평 남짓한 팝업스토어 내부엔 사진을 찍거나 굿즈를 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해외에서의 인기를 보여주듯 “하오 크아이, 타이 크아이러(好可爱, 太可爱了, 귀엽다)”는 중국어도 들렸다. 햄깅이 인형(1만5000원)을 20개씩 대량 구매하는 중국인들도 보였다.

지난 25일 서울숲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열린 햄깅 팝업스토어. 사진=유민지 기자

햄깅 작가는 지난 3일 SNS를 통해 14~29일 햄깅이의 첫 팝업스토어를 연다고 공지했다. 해당 게시물엔 “화끈하게 현금 뽑아 갈게. 딱 기다려” “수량 얼마 안 남은 상태에서 내 뒤에 초등학생 있어도 다 산다” “19일까지 남아있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오열할 거다” “각오해 월급 카드 들고 간다” 등 유쾌한 반응이 줄을 이었다.

팝업스토어 현장에는 2030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청년들은 햄깅 캐릭터가 주는 귀여움과 적절한 밈 활용에서 오는 유쾌함에 매료됐다고 말한다. 평소 X(구 트위터)를 자주 이용한다는 김소정(28)씨는 “햄깅이 없이 못 산다”라며 “햄깅이만 봐도 나도 밈박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웃긴 것을 더 웃기게 하고 귀여운 것을 더 귀엽게 만들어주는 것이 김씨가 생각한 햄깅 캐릭터의 매력이었다. 대학생 오지수(24‧가명)씨는 “햄깅이가 밈 트렌드를 잘 파악하고 잘 녹여내서 활용도가 높은 것도 있지만, 진지한 문제도 가볍게 넘길 수 있도록 만들어줘서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팝업스토어 방문객 중 유일한 남성이었던 김재민(27‧가명)씨는 “여자친구가 햄깅이를 너무 좋아해 꼭 오고 싶다고 해서 같이 오게 됐다”고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굿즈 가격대도 착하고 포장 등 디테일도 귀엽다”라며 “엽서와 스티커 등 귀엽고 퀄리티 좋은 물건이 많아서 많이 구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30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햄깅짤은 중국에서도 유행하고 있다. 햄깅 트위터, 웨이보 캡쳐

햄깅이의 인기는 해외에서도 뜨겁다. 중국 SNS인 웨이보에 ‘Hemging’을 검색하자 중국어로 번역된 햄깅이 그림이 잔뜩 나타났다. 햄깅이 그림을 중국어로 번역해 올리는 계정은 약 19만 팔로워에 매일 1만명 이상의 찾아오고 있었다. 이날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티티(20)씨와 아이(20)씨는 매진된 키링 하나를 제외하곤 판매되는 굿즈를 전부 구매했다, 이들은 “햄깅이는 중국에서도 아주 유명한 캐릭터”라며 “한국 아이돌 팬들이 많이 쓰면서 중국에서도 유명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샤오홍슈(小红书 : 중국판 인스타그램)와 웨이보에 햄깅이 짤이 많이 올라온다”며 “햄깅이의 유쾌한 짤과 통쾌한 내용이 나를 즐겁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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