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막바지 작업 중인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천 계파 갈등’이 다시 재점화 되는 모양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논란에 휩싸인 양문석 후보(경기 안산갑)의 공천 재검토를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다.
양 후보는 18일 오전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후 기자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왔다”며 “유가족에 대한 사죄, 노 전 대통령을 좋아하고 그리워한 국민에 대한 사죄”라고 전했다.
앞서 양 후보는 지난 2008년 ‘국민 60∼70%가 반대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밀어붙인 노무현 대통령은 불량품’이란 내용의 칼럼을 기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양 후보의 노 전 대통령 비하 논란에 친문계·친노계 인사 중심으로 ‘공천 재검토’ 등 당내 결단 요구가 쏟아졌다. 지도부인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비판의 목소리를 올렸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양 후보의 자질 논란을 지적하며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여러 가지 문제 제기가 있었고 도덕성과 관련해 외부 위원들이 거의 최하점을 줬다. 논란 끝에 통과가 된 부분에 대해서는 임 공관위원장도 일부 책임이 있다”며 “의원들 분위기는 상당히 여론이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부겸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전날 양 후보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는 “지금 스스로 수습할 수 있는 건 당신밖에 없다”며 “여기서 뭐가 더 나오면 우리도 보호 못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에는 국민의힘의 도태우·정우택 예비후보 공천 철회를 언급하며 당이 미적거려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남겼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세균 전 총리도 같은날 입장문을 내고 “양 후보의 노무현에 대한 모욕과 조롱을 묵과할 수 없다”며 “당의 결단을 촉구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원조 친노계 대표인사 이광재 경기 분당갑 민주당 후보도 유감을 표명했다.
친문계 인사도 가세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며 “바로잡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15년 전 다짐했던 노 전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이번만큼은 지킬 것”이라고 의견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양 후보에 대한 공천 취소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이날 서울 마포구 유세 현장에서 양 후보에 대해 “표현이 지나쳤고 사과해야 한다”면서도 “그 이상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인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가 양 후보의 ‘공천 유지’를 공식화하며 공천 막바지 국면에 ‘공천 계파 갈등’이 또다시 번지고 있다는 평가다. 선거대책위원회 ‘쓰리톱’ 체제 전환 이후 지도부 내 균열이 표면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편 양 후보와 경선을 치른 원조 친노 전해철 의원은 양 후보의 발언은 비난의 수위와 빈도를 고려하면 실수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