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공간, ‘놀이’로 채운다…“잃어버린 청소년기 복원”

청소년 공간, ‘놀이’로 채운다…“잃어버린 청소년기 복원”

김병후 한국청소년재단 이사장
입시 교육에 갇힌 청소년…“물줄기 틀어야”
위기 척도로 수치화한 상담·교육으론 한계
“놀이 통해 충돌하고 응집하며 관계 터득”

기사승인 2024-03-25 06:00:02
지난해 9월 서울 서대문구에서 문을 연 가재울청소년메타센터 전경. 센터는 청소년의 활동 데이터를 디지털을 통해 관리하고 분석해 성장 과정을 지원한다. 가재울청소년메타센터


새 학기 시작과 함께 여가를 즐기려는 서울 서대문구 청소년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 있다. 지난해 9월 개관한 가재울청소년메타센터다. 청소년들은 위원 자격을 갖고 센터 운영에 참여한다. 이를 바탕으로 3D 프린트, 가상현실(VR) 등을 활용한 활동이 이뤄진다. 더불어 청소년 문화 기획, 지역·학교 연계 프로그램, 가족캠프, 마을축제 같은 일정들이 센터 게시판을 메웠다. 센터는 디지털을 이용해 청소년의 활동 자료를 분석하고, 성장 과정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기 힘쓰고 있다.

지난 20일 기자와 마주한 김병후 한국청소년재단 이사장은 “우리 사회의 잃어버린 청소년기를 건강하게 복원시키는 작업을 전개하고자 한다”며 청소년 이용 시설의 역할을 강조했다. 재단은 가재울청소년메타센터를 비롯해 17개 청소년 기관을 아우르는 법인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기도 한 김 이사장은 “입시 위주의 교육 시스템에 갇혀 청소년 시기에 누려야 할 많은 것들을 놓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 같은 물줄기를 틀어놓는 논의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자립성, 사회성을 높이기 위해 시행하는 정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청소년이 스스로 다가서는 공간부터 늘려가야 한다고 했다. 고립·은둔·위기 상황에 놓인 상태를 척도로 만들어 진행하는 상담, 교육 등으론 닫힌 청소년의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병후 한국청소년재단 이사장은 “잃어버린 청소년기를 건강하게 복원하고자 한다”며 “‘놀이’가 가능한 청소년 시설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성일 기자 


청소년이 찾는 공간은 ‘놀이’가 가능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청소년들은 놀이를 박탈당했다”며 “놀이를 통해 충돌하고 응집하며 관계를 터득한다”고 피력했다. 사교육 등에 노출되면서 청소년은 자신이 좋아하고 즐기고 싶은 대상을 잃어간다고 짚었다. 또 이로 인해 솔직한 감정을 채우지도 분출하지도 못해 정서적 불안이 심화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류가 오늘의 문명을 일으킨 바탕에 청소년기가 있다”라면서 “이 시기의 놀이는 재미와 공존, 협력을 일깨우고 정교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며 사회생활을 지탱하는 축으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청소년의 관점에서 기존 시설이 가진 강점을 활성화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려는 고민이 지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저출산, 고령화 속에서 이러한 시도와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도 했다.

김 이사장은 “의사, 간병인, 베이비시터 등 타인을 돌보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청소년이 자신을 중심으로 관계를 확장하고 존중과 배려를 쌓을 수 있는 환경이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재단과 함께하는 여러 청소년 기관들이 건강한 청소년기를 경험하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겪을 수 있는 충실한 놀이터가 됐으면 한다”라며 “청소년이 행복한 공간은 미래 사회에서 긍정적 시너지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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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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