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두 달째를 맞았다. 병원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전공의들은 의료 현장 이탈 후 월급이 끊겼다.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려준다’는 대출의 기본 원칙이다. 의정갈등이 병원 기업 대출이나 전공의 개인 대출에 미칠 파급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기대만큼 실망이 크다”는 입장을 내놨다. 의정 갈등 봉합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지만 윤 대통령은 2000명을 늘리겠다는 뜻을 재차 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과학적 증거만 있다면 조율할 수 있다고 여지를 열어뒀지만 의료계 반응은 냉담하다.
병원들은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수술이 줄고 병상 가동률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병원마다 월 300억~500억원 이상 손실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병원은 경영 악화에 대비해 기존 500억원 규모였던 마이너스통장을 1000억 원 규모로 확대했다. 부산대병원도 지난 26일 600억원 규모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다른 병원들은 은행에 저금리 대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국 곳곳 병원의 간호사, 행정직, 기술직 등 보건의료노동자들은 무급 휴가를 강요받고 있다.
대거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은 지난달 월급을 받지 못했다. 정부는 일하지 않는 전공의에게는 월급을 줄 필요가 없다고 못 박았다. 보건복지부는 “병원은 진료 현장을 벗어나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전공의에게 해당 기간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음을 알린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 수련병원에 내려보낸 바 있다. 지난주 KB국민은행이 ‘KB닥터론’ 판매 창구를 오프라인으로 일원화한 사실이 알려지자, 은행이 의대생과 의사를 대상으로 높은 한도와 우대 금리로 제공해 온 ‘의사 전용 대출’을 회수하는 것 아니냐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병원 기업 대출에 미치는 영향이 당장 크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A 은행 관계자는 “병원이 원금과 이자 상환에 문제가 없다면 일시적 매출 감소가 대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면서도 “만약 사태가 악화돼 병원이 아예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정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도 병원 재무제표나 산업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대학병원은 워낙 건전성이 높은 기관이고, 일반 기업에 비해 대출이 적어 이번 사태가 대학병원 재무건전성이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고 말했다.
이미 받은 의사 전용 대출이 있지만, 사표를 낸 전공의의 경우는 어떨까. 대출 연장 혹은 만기 시점에 어떤 상태인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이 대거 사표를 냈지만, 사표 수리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일단 연기한 상태다.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달아 의사 자격이 박탈되면, 당연히 기한이익상실(채권자가 채무자 신용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하면 대출만기 이전에라도 남은 채무 일시에 회수할 수 있는 권리)에 해당해 대출 회수를 할 수 있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B 은행 관계자는 “의사 전용 대출 상품은 전공의뿐만 아니라 웬만한 의대생들은 거의 다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의사 전용 대출은 차주가 미래에 안정적 직업을 갖게 될 것으로 보고 은행이 미리 대출을 해준 것”이라며 “하지만 의사 면허 여부, 재직 중 등 대출 조건이 부합하지 않게 되면 대출을 회수하는 게 상식적”이라고 강조했다.
은행들은 1년마다 주기적으로 신용대출 금리를 재산출하고, 자격이 되는지를 검증한다. 대출 만기·연장 시점에 재직을 증명하지 못하거나, 건강보험료 납부 기록이 없는 등 신분에 변동이 생기면 대출 회수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출 회수가 가능하기는 하지만, 은행은 대부분 다른 대출로 전환을 해준다. C 은행 관계자는 “의사 전용 대출뿐 아니라 개인 신용대출도 일시적 무직 상태라던지 상환 능력이 없어졌다고 바로 회수하지는 않는다”며 “기존에 이용하던 대출 상품 요건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보통은 다른 신용대출로 대환을 해준다. 은행의 안정적인 채권 관리를 위한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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