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것’보고 뽑겠다”…청년들의 기준은? [청년 정치 간담회②]

“총선, ‘이것’보고 뽑겠다”…청년들의 기준은? [청년 정치 간담회②]

청년들 “‘지역사회 공헌, 도덕성, 개혁 의지’ 등 고려해 후보자 선택할 것”
‘자극적 언행, 지키자 문화, 범인 찾기’하는 정치권에 염증 느껴

기사승인 2024-04-06 13:00:28
청년들은 단순히 정당을 보고 후보자를 선택하지 않았다. 후보자의 공약, 자질 등 각자의 뚜렷한 판단 기준이 있었다. 사진=정현채 대학알리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선거 운동의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길가의 가로수마다 정당의 표어가 들어간 현수막이 주렁주렁 걸려있고,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는 어김없이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나 “몇 번을 찍어달라”며 호소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총선 후보자를 선택할 때 ‘후보자의 소속 정당’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응답이 32.7%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어 ‘정책 및 공약’이 23.2%, ‘후보자의 도덕성’이 18.3%를 차지했다. 연령대에 따라서는 40대, 50대 층에서 ‘소속 정당’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고, 고령일수록 ‘도덕성’을 중시한다는 응답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세대는 후보자를 선택할 때 다른 연령대보다 유동적인 경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2030 세대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지만, 불과 2년 뒤에 이뤄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윤석열 후보 지지세가 강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20대에선 10명 중 4명이, 30대에선 10명 중 3명이 아직 지지 정당이나 후보를 정하지 못한 무당층에 속했다. 정치색이 옅은 청년들이 지지 정당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청년들이 선거 막판까지 후보자들의 모습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청년 세대는 이번 선거에서 어떤 기준으로 후보자를 선택할까. 지난달 31일 시민정치 교육 프로그램 ‘청년정치학교’의 수강생 5명이 청년 정치 간담회에 모였다. 유튜버, 작곡가, 직장인 등 각자의 일에 종사하며 정치에 대한 관심을 키워온 패널들. 저마다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 어떤 기준으로 후보자를 고를 예정인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청년들은 특정 지지 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있게 정치 개혁을 할 수 있는 후보를 원한다고 말했다. 사진=정현채 대학알리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후보자를 선택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가.


정혜윤 : 지역구 후보자가 우리 지역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확인할 것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지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 지역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아무래도 지역 현안을 파악하기 힘들지 않을까. 후보자가 지역을 위해 어떤 공약을 했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따라 선택할 계획이다.

김찬혁 : 후보자의 도덕성이 중요하다. 국회의원은 법을 만드는 사람이다. 법을 더욱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총선에 나선 후보자 세 명 중 한 명이 전과기록을 가지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후보자를 선택할 때 그 사람이 얼마나 도덕적이고 청렴한지를 우선시할 것이다.

남권율 : 선거 공보물을 보고 결정할 예정이다. 각 후보자가 배포하는 공보물은 후보자 자신이 직접 검토하고 발행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들이 하고 싶은 말과 공약을 가장 잘 다듬어서 선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보물 내용이 충실한 후보자를 뽑고 싶다. 아무래도 공약을 많이 담은 후보자에게 눈길이 갈 듯하다.

서동휘 : 현 정치를 개혁하는 데에 앞장서는 후보자를 지지하고 싶다. 그런 후보자는 지역을 위해서 정말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지지층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필요하다고 외칠 수 있을 것이다. 소통도 중요하다. 오늘 이 자리처럼 지역 주민들과 간담회를 열면서 꾸준하게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다.

한재원 : 최근 경제 이슈를 많이 접했기 때문에 경제에 대한 이해가 높은 후보자를 뽑고 싶다. 정권이나 여론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뚜렷한 주관을 갖고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가 나왔으면 좋겠다. 정권은 바뀌어도 경제는 이어지지 않는가. 상황이 급변하더라도 경제에 안정감을 실어줄 수 있는 사람을 뽑고 싶다.

청년들은 대체로 현 정치권이 보여주는 자극적인 발언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또 사고가 나면 어떻게든 정치적 책임자를 처벌하려는 ‘범인 찾기’ 문화도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정현채 대학알리 기자

반대로 ‘이런 모습의 후보자는 뽑고 싶지 않다’라는 기준은 무엇일까. 5명의 청년 패널에게 이번에는 우리 정치권에서 어떤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지 물었다.


정혜윤 :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어투로 이슈몰이하는 정치인들만 주목받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주목만 받는다면 곧 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팬덤 정치의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일을 열심히 하는 정치인들이 주목받을 수 있는 문화가 될 수 있도록.

김찬혁 : 요즘 연예인들은 사소한 잘못에도 매장을 당하지 않나. 이런 잣대를 오히려 정치권에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충분한 도덕성을 가진 이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검증의 허들이 높아져야 한다.

남권율 : ‘OOO를 지키자’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치인은 국민을 대표하고 보호하기 위해 영향력을 갖는 이들인데, 반대로 국민들이 왜 정치인을 지켜줘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선과 악을 나눠 서로 반대 진영을 나쁜 쪽으로 몰아가려고만 하는 모습이 아쉽다.

서동휘 : 청년들이 정치에 쉽게 입문할 수 있고, 오랫동안 정치권에서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정치를 하겠다’고 해도 정작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정보를 찾기 어렵다. 첫 시작부터 어려우니 청년 정치인이 등장하기도 어렵고, 하늘에서 갑자기 툭 떨어진 지금의 청년 정치인들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에 놓였다. 청년 정치인이 천천히 성장할 수 있고 활약을 할 수 있도록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한재원 : 무조건 책임자를 색출하는 모습이 달라졌으면 좋겠다. 얼마 전 미국에서 다리가 화물선과 충돌해 무너지는 사건이 있었다. '잼버리 사태'처럼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왜 그런 사건이 일어났는가'에 주목하더라. 정치권의 변화는 물론,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찬빈, 장채린, 정현채 대학생 독립언론 ‘대학알리’ 기자 good3055@naver.com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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