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브 대세 비결에 ‘이것’ 있다…버추얼 아이돌 성공 방정식

플레이브 대세 비결에 ‘이것’ 있다…버추얼 아이돌 성공 방정식

기사승인 2024-04-22 18:03:36
가상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 블래스트

지난달 서울 여의도동 더현대에는 한 아이돌 그룹의 팝업스토어가 차려졌다. 스트레이 키즈, 에스파, 르세라핌 등 인기 아이돌들이 거쳐 간 이곳을 점령한 건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 그보다 한 달 전에는 버추얼 그룹 이세돌(이세계아이돌)과 스텔라이브의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더현대에 따르면 이들 세 그룹은 팝업 스토어로만 7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통상적인 패션 팝업 스토어 매출인 10억원의 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동원한 고객 수만 10만명이다.

버추얼 아이돌이 가요계 새로운 대세로 떠올랐다. 이들은 실제 가수가 가상 캐릭터를 내세워 활동한다. 정체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팬덤 사이에서도 이를 파헤치지 않는 게 암묵적인 규칙이다. 세계관 그대로를 존중하며 가상 캐릭터를 ‘덕질’하는 식이다.

가장 인기를 끄는 건 플레이브다. 플레이브는 지난 13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을 매진시키며 새 역사를 썼다. 기존에 없던 그룹 형태였던 만큼 이들 그룹은 공연을 앞두고 대관 과정에서부터 어려움이 컸다고 한다. 대관 대행사와 담당자 등에 경쟁 PPT 등을 거쳐 버추얼 아이돌 개념을 설파하고, 끊임없이 문을 두드린 결과 공연장에 입성할 수 있었다. 음악방송 1위에 오르고 음원 플랫폼에서도 상위권에 이름 올리는 등 팬덤을 키운 덕도 컸다. 데뷔 약 1년 만에 거둔 성과다.

이성구 블래스트 대표. 블래스트

플레이브를 기획, 제작한 이성구 블래스트 대표는 “기술은 복잡해도 내면은 진솔한, 사람 냄새 풍기는 콘텐츠”를 중점에 두고 개발에 착수했다. 22일 서울 서교동 아만티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 대표는 이 같이 이야기하며 “외형만 캐릭터일 뿐 멤버들이 직접 노래하고 개개인의 성격과 매력을 드러낸 게 인기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기획 당시만 해도 멤버들은 그룹 방향과 콘셉트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모션캡처로 캐릭터를 만드는 데에도 여러 설명이 필요했다. 하지만 회사가 기술을 지속 개발하고 지원하자 멤버들도 세계관에 자연히 녹아들었다. 이 대표는 “지금은 멤버들이 오히려 더 아이디어를 낸다”며 고마워했다.

이 대표는 “플레이브는 아이돌보다 싱어송라이터”라고 역설했다. 멤버 중 셋이 작사·작곡을, 나머지 둘은 안무 창작에 참여해서다. 멤버들이 가진 진정성은 팬덤을 결집시킨 가장 큰 무기다. 플레이브가 캐릭터에 기반을 둔 만큼 팬덤도 기존 아이돌 공식과 다르다. 기존에도 K팝을 좋아하던 이들과 웹툰·소설 등 2D 장르를 좋아하는 이들이 혼재해 새롭게 파이를 키웠다. 성장성이 검증되자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오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로선 국내 팬덤 비중이 크지만 해외로도 발을 넓힐 계획”이라며 “해외 에이전시와도 접촉 중”이라고 귀띔했다.

플레이브. 블래스트

현재 우리나라는 버추얼 아이돌 산업이 걸음마 단계다. 2D 애니메이션이 발달한 일본은 일찌감치 버추얼 아이돌 시장이 커져 방송국에서도 관련 기술 및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제반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방송 출연이 여의치 않은 국내 사정과 상반된다. 아직까지는 플레이브처럼 일반 아이돌처럼 활동하거나 이세돌과 같이 인터넷 방송에 적을 두고 활동하는 버추얼 유튜버(버튜버) 등 방향성이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버추얼 아이돌에는 정답이 없다”면서 “각자가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활동하다 보면 자연히 산업 인프라도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 

블래스트는 올해 플레이브 IP를 활용한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하이브, YG플러스와도 지분 투자 식으로 손을 잡았다. 아직까지 블래스트는 게임 회사에 가까운 인력구조에 연예기획사와 유사한 매출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사업 성장을 위해 인원을 대폭 확장했다. 플레이브 데뷔 초 20명가량이던 직원 수는 현재 80명까지 불어났다. 이 대표는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버추얼 산업은 앞으로도 더욱더 발전하리라 보고 있다”면서 “아이돌뿐 아니라 ‘버튜버’와 게임 등 여러 형태로 더욱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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