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 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기)을 겪는 가운데, 전기차 주행거리의 한계를 뛰어넘을 기술로 평가받는 리튬메탈(금속) 배터리에 대한 R&D(연구개발)가 속도를 내고 있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음극 소재에 흑연이나 실리콘 대신 금속을 사용하는 전지를 말한다. 흑연보다 얇고 가벼워 음극재의 무게와 부피를 줄일 수 있으며, 양극재에서 나온 리튬이온을 더 많이 저장할 수 있어 에너지 밀도와 함께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흑연 음극 재료의 이론상 에너지 밀도가 g(그램)당 372mAh 수준이라면, 리튬메탈은 3842mAh로 10배 이상이다.
유사한 개념으로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충전 속도도 높일 수 있다.
흑연을 음극재로 사용한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이 흑연 구조 사이에 삽입되고 다시 방출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쓰이는 반면, 리튬메탈 배터리는 음극재로 이동하는 리튬이온이 즉각 리튬메탈과 환원 반응을 일으켜 상대적 반응성이 커 충전 속도가 빨라지는 구조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선 금속 등 초기 높은 원가 부담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상민 포항공과대학교 친환경소재대학원 교수는 26일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리튬메탈(금속) 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최신 소재 개발 및 성능 향상 방안 세미나(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 주최)’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25% 이상의 리튬금속 이용률이 필요하다”면서 “상용화를 위해 kg(킬로그램)당 500달러 이하의 리튬금속음극 저가화 및 40μm(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박(薄)형화 관련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덴드라이트 문제도 해소해야 한다. 이는 배터리 충·방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음극 표면에 리튬이온이 나뭇가지 모양을 형성하며 전착하는 현상으로, 일종의 침전 현상이다.
덴드라이트가 지속해서 쌓이면 전착된 리튬이온이 분리막을 손상시켜 양극에 닿으면서 발화되는 등 안전성과 수명을 떨어뜨린다는 단점이 있다. 관련 업계에서 리튬메탈 배터리의 가장 큰 해결과제로 꼽는 이유다.
‘리튬-황(Lithium-Sulfur) 배터리’ 관련 발표를 맡은 유기수 영남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는 “덴드라이트가 쌓이면 반응도·쇼트 등의 가속화가 생긴다”면서 “결국 중대형 용량의 파우치 셀에서 성능을 발휘하려면 금속음극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업에서도 리튬메탈 배터리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KAIST 공동 연구팀과 세계 최초로 리튬메탈 배터리에 ‘붕산염-피란(Borate-Pyran) 기반 액체 전해액’을 적용시켰다.
해당 전해액은 SEI(Solid Electrolyte interface, 음극재-전해질 사이 고체막)를 치밀한 구조로 재구성해 충·방전 효율을 유지하고, 전해액과 리튬메탈 음극 간 부식 반응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토대로 1회 충전에 900㎞ 주행, 400회 이상 재충전이 가능한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SK온 역시 자체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리튬메탈 배터리를 개발함과 동시에, 미국 사이온파워와 관련 기술 협력을 적극 이어가고 있다. 사이온파워는 덴드라이트 현상 해법 관련 약 500개의 특허를 보유한 기업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캐즘 단계에 놓여 있는 전기차 시장이 관련 기술 개발로 인한 한계점 돌파로 새 시장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