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의료원장 “내달 급여중단 고려”…‘5월 위기설’ 현실되나

경희의료원장 “내달 급여중단 고려”…‘5월 위기설’ 현실되나

상급종합병원 원장, 구성원에 메일 보내
“개원 이래 최악의 경영난…존폐 위협”
이달 문 닫는 수도권 대형 병원 나오나
경희의료원 “구체화된 것 없어”

기사승인 2024-05-05 15:18:39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의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간 ‘강대강’ 대치 장기화로 대학 병원들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당장 내달부터 급여 지급 중단과 희망퇴직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오주형 경희의료원장 겸 경희대학교병원장은 개원 53년 이래 최악의 경영난으로 의료원 존폐가 위태롭다며, 비용 절감 노력에 한계가 있다는 내용의 메일을 구성원에 보냈다. 경희의료원은 서울 동대문구 상급종합병원인 경희대병원을 산하에 두고 있다. 경희의료원 측은 “최악의 경우를 설명한 것일뿐, 당장 구체화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3개월치 보직수당 반납했지만…“비용절감 노력 한계”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오 원장은 지난달 30일 ‘경희의료원 교직원 여러분께’ 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 “정부와 의료계가 평행선을 달리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의료 사태가 11주차로 접어들며 파국으로 향하고 있다”면서 “의료 현장의 어려움은 날로 가중되고 있으며 의료기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재난·전시에 준하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저마다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원장은 지난 3월 비상경영 체제 전환을 결정하고, 여러 자금 대책을 실행 중에 있지만 매일 억 단위의 적자 발생으로 누적 손실 폭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경희의료원은 앞서 보직자들을 대상으로 3개월치(4~6월) 보직수당을 자율적인 기부 형식으로 반납 받았다. 이를 비롯해 무급휴가 및 교원성과급 반납·관리 운영비 일괄 삭감·자본투자 축소 등으로 비용을 절감하려 노력 중이지만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오 원장은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개인 급여를 비롯한 각종 비용 지급 등에 필요한 자금이 올해 말 막대하게 부족할 수 있다”며 “당장 내달부터 급여 지급 중단과 더불어 희망퇴직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했다.

지난 3월 의대교수들 마저 의료현장을 떠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서울의 한 대학병원이 환자들과 보호자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

“외부 자금 확보도 불확실”…의료계 번지는 ‘5월 위기설’

외부 자금 확보 역시 낙관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오 원장은 “원내 일각에서는 은행기채(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와 진료 재료비 결제 연기로 대규모 자금만 확보 된다면 위험 요소가 일괄 해결될 것이라는 안일한 안도감이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 외부 자금의 확보 가능성은 매우 불확실하며 자금의 차입은 의료원의 미래 성장에 있어 늘 걸림돌로 후배들에게 크나큰 고통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환경에서도 노력과 응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교직원 여러분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간곡히 호소 드린다"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기 전 의료원의 생존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함께 해주시면 빠른 시간 내 경영 정상화가 진행돼 보다 나은 환경에서 근무하실 수 있도록 저를 포함한 모든 경영진이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이달 안에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문을 닫는 수도권 대형 병원이 나올 것이라는 ‘5월 위기설’이 힘을 얻고 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16일부터 3월 말까지 전국 수련 병원 50곳의 수입은 2조24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4238억원(15.9%) 감소했다.

큰 병원일수록 감소폭이 더 컸다. 병상이 1000개 이상인 수련병원 9곳의 수입은 91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 1392억원)보다 약 2247억원(19.7%)가 줄었다. 병상수가 500~700개인 대형병원 12곳도 같은 기간 수입이 640억원(14%) 가량 줄었다. 한 병원 당 평균 수입이 53억원 가량 줄었다는 뜻이다. 

경희의료원 측은 쿠키뉴스에 “(오 원장이) 의료 공백 사태가 3개월째 진행되다보니 중간에 구성원에게 정확한 상황을 공유하는 게 좋다고 판단하셨다. 어려운 상황에서 단합해 잘 해보자는 취지로 메일을 보낸 것”이라며 “직원 급여 지급 중단이나 희망퇴직 등은 최악의 상황에는 이럴 수 있다는 예상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이다. 구성원 동의도 필요하고 구체적으로 논의가 이뤄진 것은 전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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