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미는 경이롭지만…‘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쿡리뷰]

영상미는 경이롭지만…‘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쿡리뷰]

기사승인 2024-05-08 10:01:25
영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먼 미래 지구는 유인원의 차지다. 인류 대부분은 퇴화해 원시인으로 회귀한 지 오래다. 유인원은 진화를 거듭해 언어를 습득하고 부족을 꾸려 생존한다. 이 가운데 침팬지 노아(오웬 티그)는 유인원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고릴라 프록시무스(케빈 두런드)로 인해 부족을 송두리째 빼앗긴다. 황망해하던 그는 우연히 오랑우탄 라카(피터 마콘)와 한 인간 소녀를 만나 복수를 향한 여정에 나선다.

영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감독 웨스 볼)는 ‘혹성탈출’로 새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서막에 가깝다. 기존 시리즈의 주축이던 시저는 전설 속 존재다. 시저가 죽고 300년이 지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 만큼 그는 이미 신화가 됐다. 새를 다루는 일명 ‘독수리 부족’에 속한 노아가 새로운 주인공으로서 이야기를 이끈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인간과의 갈등, 종족 간 전쟁을 그렸던 이전 시리즈와 궤를 함께한다. 프록시무스는 인간을 깔보면서도 인간이 이룩한 문명을 제 것으로 만들고자 애쓴다. 노아는 대승적인 것보다 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는 다른 종족에 적대적이다. 자신을 따라오는 인간 소녀 메이(프레이아 앨런)도 경계하지만 그의 새 동료 라카는 메이에게 노바라는 이름까지 붙여주며 가까이 둔다. 영화는 이처럼 새 집단을 꾸린 노아, 라카, 메이가 자신만의 유인원 제국을 건설하려 하는 프록시무스와 격돌하는 과정을 2시간35분에 걸쳐 그려낸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상미가 경이롭다. VFX 기술의 발전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일부 장면은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실제 유인원을 데려다 놓은 듯한 화면이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광활한 숲과 폐허가 된 도시 등 배경들도 현실감 가득하게 꾸며냈다. 진일보한 영상은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의 가장 큰 무기다. 여기에, 긴장감을 적절히 끌고 가는 감독의 연출력이 더해져 보는 재미를 준다.

다만 2시간을 넘기는 상영시간이 진입장벽이다. 최근 국내에서 흥행한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와 ‘범죄도시4’(감독 허명행)가 각각 134분, 109분이었던 것에 비해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의 155분은 비교적 긴 편이다. 155분을 오롯이 채우기엔 이야기 자체가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다. 극도로 실감 나게 구현된 유인원들이 포효하고 울부짖으며 서로를 원시적으로 때리고 짓뭉개는 모습을 2시간 넘게 보다 보면 피로도가 커진다. 인간과 유인원의 공존에 물음표를 던지는 주제 역시 크게 새롭진 않다. 시리즈를 꾸준히 봐왔다면 유인원 사이 신처럼 불리는 시저가 반가울 수 있겠다. 12세 이상 관람가. 8일 개봉.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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