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건희 “‘선업튀’ 덕에 배우 인생 새로 열렸죠” [쿠키인터뷰]

송건희 “‘선업튀’ 덕에 배우 인생 새로 열렸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4-05-28 16:44:44
배우 송건희. 사진=박효상 기자

불량학생 셋을 단숨에 제압하더니 씩 웃는 얼굴이 환하다. 패거리들이 더 나타나자 귓속말과 함께 여학생의 손을 잡고 뛰어가는 폼이 예사롭지 않다. 2000년대 초반 유행하던 인터넷 소설(인소)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tvN ‘선재 업고 튀어’의 한 장면. 실제로 작가가 ‘인소 감성’ 가득 살려 만든 태성(송건희)의 모습이다. 지난 22일 서울 상암동 쿠키뉴스에서 만난 배우 송건희에게 이 장면에 관해 묻자 “인소 남주(남성 주인공)처럼 보이려고 노력했다”며 활짝 웃었다.

1997년생 송건희에게 ‘인소 감성’은 다소 낯설었다. 2000년대에 청춘을 보낸 감독·작가와 수차례 회의를 거치며 캐릭터와 간극을 좁혔다. 그 시대에 유행했던 재킷을 입고 머리를 길렀다. 귀걸이도 해봤다. 배정남을 비롯해 당시 싸이월드를 평정한 이들을 살펴봤다. 작품들도 참고했다. ‘나의 소녀시대’ 왕대륙이 보여준 밉지 않은 허세와 ‘상견니’ 허광한의 순수하면서도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보고 ‘이거구나’ 싶었단다. 이외에도 ‘늑대의 유혹’과 tvN ‘치즈 인 더 트랩’ 서강준 등 여러 캐릭터가 어우러지며 ‘선재 업고 튀어’ 김태성이 탄생했다.

송건희가 주목한 건 태성의 능글맞은 성격이다. 낯 뜨거울 수 있는 대사도 뻔뻔하게 읊는다. 장난스럽게 솔(김혜윤)에게 다가갔던 그는 제 마음을 어느 순간 자각한다. 솔을 사이에 두고 태성은 선재(변우석)와 유치하게 대립한다. 시간을 넘나들며 인물 모두 나이에 따른 일련의 변화를 겪지만 태성은 늘 그대로다. “어떤 시점에서도 태성이 존재만으로 안정감을 느끼길 바란” 송건희의 의도다. 쇼핑몰 CEO일 땐 성공한 젊은 사업가에 허세를 곁들이고, 경찰이 된 서른넷 태성은 성숙하면서도 능글맞다. 급변하는 관계 속 태성의 한결같은 모습은 드라마의 재미요소로 꼽힌다.

송건희가 연기한 tvN ‘선재 업고 튀어’ 김태성의 첫 등장 모습. 방송화면 캡처

드라마가 인기를 끌며 송건희의 일상도 달라졌다. 27만명이던 SNS 팔로워는 112만명을 넘어섰다. X(옛 트위터) 계정 팔로워가 갑자기 늘어 놀라기도 했단다. 소통 플랫폼 버블로 팬들과 실시간 대화도 나눈다. 송건희는 “팬과 배우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가까워지는 것 같다”며 “많은 힘을 얻고 있다”고 했다. 모두에게 좋은 답을 하려다 보니 답이 늦어지는 고충도 있단다. 치솟는 인기에 잇따르는 행복한 고민이다.

학창 시절부터 바랐던 배우가 된 송건희는 요즘 매일이 꿈만 같다. 그에게 연기란 평생의 즐거움이다. 지금도 청소년 연극대회 무대에 올라 꽉 찬 객석 앞에서 연기하던 때가 생생하다. 송건희는 “시간을 돌리고 싶지 않다”며 “아쉽던 순간도 있지만 모든 시간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된 것”이라고 했다. JTBC ‘스카이 캐슬’에서 영재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송건희는 ‘선재 업고 튀어’로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

“작품을 맡을 때마다 일기를 써요. 이번엔 감사하다는 말을 정말 많이 적었어요. 태성이는 허세만 빼면 저와 정말 비슷하거든요. 그동안 작품으로 드러내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도 컸어요. 어떻게 이런 역할이 제게 왔을까요? 새로운 장이 열린 기분이에요. ‘스카이 캐슬’과는 또 다른 시작 같다고 할까요? 앞으론 대중에게 더 친숙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긍정적인 힘을 퍼뜨릴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새로운 꿈이 생겼어요.”

송건희. 사진=박효상 기자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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