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의료현장 실태조사 결과 의사 수 부족으로 의료현장에서 대리처방 등 불법 의료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4월24일~5월22일 한 달간 전국 113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료현장 실태조사 결과를 이날 공개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의료기관 93곳 중 58곳(62.3%)은 의사의 아이디(ID)와 비밀번호를 공유해 간호사 등이 처방전을 대리 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시술과 수술 동의서를 받는 일을 의사 대신 간호사 등이 하는 의료기관도 55곳(59.1%)이었다.
대리시술·처치(45.1%)와 대리 수술(24.7%)이 이뤄지는 의료기관도 많았다.
진료지원(PA) 간호사 등 의사의 진료 보조 인력을 가장 많이 쓰는 병원은 서울 A사립대병원(393명)이었다. 이어 경기 B사립대병원(388명), 서울 C사립대병원(357명), D국립대병원(253명), 부산 E사립대병원(244명), F국립대병원(22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전공의 진료거부 사태 이후 PA 간호사를 많이 늘린 병원은 서울 A사립대병원(164명), F국립대병원(115명), G국립대병원(92명), D국립대병원(84명), 충남 H사립대병원(64명) 순이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며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사단체들의 진료 거부 사태가 넉 달째 계속되고 있다”며 “17일부터는 의대 교수와 개원의들까지 나서서 연쇄 집단휴진을 예고하고 있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의료현장에 의사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불법 의료는 의사면허도 없고 전문 지식과 기술·경험도 없는 비(非)의사 의료인력이 의사 업무를 대신해 환자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며 “의사단체는 의사가 부족한 현실을 인정하고 집단 휴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