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보다 일찍 찾아온 폭염에 농작물 가격이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주말인 29일부터 장마가 예고되며 농산물 가격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현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상추의 소매가격은 100g당 936원으로, 한 달 전인 지난달 24일(830원)보다 12.8% 올랐다. 상추(4kg 상등급) 도매가격도 전날 2만3430원으로 지난달 24일(9133원)과 비교해 2.5배 상승했다.
시금치의 소매가격도 지난달 24일 100g당 683원에서 전날 829원으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도매가격은 4kg 상등급 기준 1만2548원에서 2만4736원으로 약 2배 치솟았다. 당근은 1kg당 소매가격 4705원에서 5945원으로, 도매가격은 20kg 상등급 기준 6만1612원에서 7만1837원으로 올랐다.
지난달 대비 가격이 떨어졌던 열무, 배추, 무 등도 가격이 다시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더위가 농산물 생육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생산이 부진해졌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달 둘째 주부터 낮최고기온 30도를 넘어가는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주 낮최고기온은 32~36도 사이를 오갔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을 보면 6월 1~20일 폭염일수는 2.4일로, 평년(1991~2020년 평균) 6월 한 달 폭염일수(0.6)일보다 4배 높은 수치를 보였다. 중부 지역 장마가 오는 29일을 기점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며 농산물 가격을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봄배추 1만톤을 비축하고 여름배추 계약 재배 물량을 1만3000톤으로 확대하는 등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대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여름배추 재배 면적이 평년보다 5%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배추 생산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마로 생산량이 줄면 가격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일찍 따뜻해진 날씨와 습한 날씨가 반복되며 해충도 과거보다 많아지거나 예상하지 못한 병해충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졌다”며 “이 같은 기후위기가 농산물에 스트레스가 되고 생산량이나 품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이번 장마에 대비해 국민 소비량이 많은 배추·무의 비축량, 계약재배 등 가용물량을 2만8000톤 확보해 여름철 수급 불안에 대응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비축뿐만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응해 농산물이 안정적으로 생산될 수 있는 대책이 다각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 교수는 “가공식품의 원료가 되는 농식품 가격은 앞으로도 높아질 것”이라며 “생산 단계부터 가공·유통·소비 단계까지 전 과정에 맞춘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와 학계는 기후위기 저항성이 높은 품종개량을 연구하고 소비자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거나 생산자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한 재배기술에 익숙해지는 등 모든 과정에서 전략을 마련하는 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