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암도 뚫는 ADC…“항암제 시장 게임 체인저” [이노메디②]

고형암도 뚫는 ADC…“항암제 시장 게임 체인저” [이노메디②]

기사승인 2024-07-01 06:00:02
[이노메디 2회] 희망의 항암제 엔허투


원미연 아나운서 / 최근 주목받는 의료기술과 신약 소식을 짚어보는 이노메디 시간입니다. 이노메디 함께하는 쿠키뉴스 박선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박선혜 기자 / 안녕하세요. 쿠키뉴스 박선혜 기자입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 네. 오늘은 어떤 내용 준비해오셨습니까? 

박선혜 / 질병 퇴치를 위한 인류의 노력은 지금도 진행 중인데요. 최근 바이오업계에서는 ‘항체 약물 접합체’로 알려진 ADC 분야에 대한 진출과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ADC는 항체 치료제를 이을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오늘 이노메디 시간에는 암 정복을 위한 치료제인 ADC 시장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미연 / ADC, 생소한데요. ADC가 무엇이고, 바이오업계에서 관심이 큰 이유가 무엇인가요? 

박선혜 / ADC는 Antibody Drug Conjugate의 줄임말입니다. 우리 말로는 ‘항체⋅약물 접합체’인데요. 항체와 약물, 또 이를 연결하는 물질(링커)로 구성된 의약품입니다. 항체의약품과 세포독성 약물을 링커로 연결해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항암제의 한 종류입니다. 항체는 면역계에 의해 생성되는 단백질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같은 몸속 유해 요소를 공격하고, 특히 암세포만을 찾아가는 표적 특이성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약효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약물은 암세포를 공격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표적 특이성이 떨어져 정상세포까지 죽일 수 있습니다. ADC는 항체와 약물을 연결해 이 둘의 장점을 극대화한 기술입니다. 약효를 높이면서 부작용은 줄이는 것이죠. 강력한 항암 효과를 내면서 정상세포 손상은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차세대 기술로 불리고 있습니다. 

원미연 / 그러니까 ADC가 항체와 항암제의 장점을 조합했다. 이렇게 이해하면 될 거 같은데요. ADC 치료제 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요? 

박선혜 / ADC 시장은 향후 몇 년 동안 글로벌 제약사들이 투자를 계속 유지할 종양학 분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분야로 꼽힙니다. 국가신약개발재단에 따르면 ADC 항암제 시장은 지난 2022년 58억달러(한화 약 7조6000억원)에서 오는 2026년 130억달러(약 17조원)로 연평균 22%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또한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Evaluate)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ADC 시장이 오는 2028년 300억 달러(한화 약 41조307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원미연 /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데요. ADC 치료제가 그동안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도 궁금합니다. 

박선혜 / 2000년대 초반 ADC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는데요. ADC는 링커와 약물(페이로드) 기술 수준에 따라 크게 1, 2세대로 구분됩니다. 효과가 낮고 심각한 부작용을 보였던 1세대 약물을 거쳐, 2세대 ADC는 기존 보다 우수한 항종양 효과를 지니고 있으나, 표적 작용이 떨어지고 높은 독성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일례로 최신 ADC 치료제인 엔허투는 임상시험에서 1세대 ADC 치료제 캐싸일라보다 유방암 환자의 사망 위험을 72% 낮췄습니다만, 비교적 높은 간질성 폐질환 및 폐렴 부작용 발생 비율을 보고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하나의 항체가 아닌 이중항체를 활용하거나, 세포 독성물질 대신 표적 단백질 분해제를 붙이는 방식 등의 3세대 ADC 개발 열기가 뜨거운데요. 3세대 기술은 이전 세대 기술과 달리 항체 변형 없이 선택적으로 약물을 접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원미연 / ADC 치료제가 항암 분야를 비롯한 여러 의약품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표적성, 독성 등의 문제가 한계로 지적됐군요. 국내외 여러 기업들의 ADC 치료제 개발 열기가 뜨거운 상황인 거죠?

박선혜 / 국내 제약사들은 타 기업 인수 또는 공동 연구를 통해 ADC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수의 전통 제약사들이 바이오 기업과의 협력 또는 인수를 전개하면서 ADC 치료제 개발에 돌입했는데요. 개발이 까다롭고 투자 비용이 막대한 치료제 특성을 고려해 공동 연구를 추진하는 곳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동아에스티는 ADC 전문 기업인 앱티스를 인수해 3세대 ADC 링커 플랫폼 기술을 확보했습니다. 향후 동아에스티는 ADC 항암 파이프라인 개발을 진행하고, 기반 기술을 활용해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와 항체⋅방사선 물질 결합체(ARC), 항체⋅표적단백질분해제 접합체(APC) 등 플랫폼 확장에도 나설 계획입니다. 삼진제약의 경우 탈모치료제 전문 연구개발 기업 에피바이오텍과 ADC 및 유전자치료제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국내 대표적인 제약제조전문회사 안국약품은 ADC 플랫폼 개발기업인 피노바이오와 차세대 ADC 항암제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를 추진 중입니다. 이외에도 위탁생산개발업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도 ADC 치료제 생산 설비를 갖추고 의약품 개발에 뛰어든 상황입니다. 

원미연 / 국내 기업의 선전을 응원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ADC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이네요.

박선혜 /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ADC는 강력한 항암 효과를 내면서 정상세포 손상은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차세대 기술로 불립니다. ADC 항암제의 약물 기전은 기존 항암제로는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던 혈액암, 고형암에 특화돼 있으며, 다른 질환에 있어서도 치료 미충족 수요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 대형 제약사도 ADC 치료제를 두고 인수 및 개발을 추진할 정도로 항암제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원미연 / 암 정복은 의학계의 영원한 숙제죠. 그래서 새로운 암 치료제나 백신은 각별한 주목을 받게 되는데요. ADC 항암제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인 한 항암제 때문이라고요?  

박선혜 / 네 그렇습니다. ADC 항암제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지난 2019년 영국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일본 제약사 다이이찌산쿄가 공동으로 개발한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 병용 성분의 ‘엔허투’ 항암제가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이면서부터입니다. 엔허투는 종양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학회 가운데 하나인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2021년 첫 발표를 갖고 기립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가파른 매출 성장세도 업계의 관심을 사고 있습니다. 작년 엔허투 매출액은  25억7000만 달러(약 3조5386억원)로 전년도 12억5000만 달러(약 1조7211억원)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또한 올해 1분기 엔허투 매출은 그동안 ADC 치료제 시장에서 1위를 달리던 캐사일라와 1, 2등을 다툴 정도로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원미연 / 세계적인 암 학회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니 어떤 치료제인지 궁금합니다.

박선혜 / 이 항암제는 미국에서 2019년, 일본에서 2020년, 유럽연합에서 2021년에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 약이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주목을 받은 이유는 기존에는 치료하기 어려운 유방암에서 탁월한 효과를 냈기 때문입니다. 유방암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됩니다. 호르몬 양성 유방암, HER(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2 양성 유방암, 삼중 음성 유방암 등입니다. 이 가운데 HER2 양성 유방암, 즉 유방암세포 표면에 HER2를 발현하는 유방암은 여러 치료제가 개발된 상태입니다. 문제는 유방암세포 표면에 HER2를 발현하기는 하지만, 아주 조금만 발현하는 유방암이 있습니다. 이런 유방암은 기존 HER2 유방암 치료제로는 치료가 어렵습니다.

원미연 / HER2 발현율이 낮은 유방암 환자의 경우 기존 치료제로는 치료가 어렵다는 얘긴데요. 이걸 치료하는 항암제가 바로 엔허투 항암제고요. 

박선혜 / 기존 HER2 양성 유방암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치료제로는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트주맙)이 있습니다. 이 치료제는 트라스트주맙이 항체 역할을 해 유방암 세포 표면의 단백질인 HER2에 결합합니다. 일단 항체가 HER2에 결합하면, 그 자체로 암세포로 파괴하는 효과가 있고요. 또 주변 면역세포를 불러 모아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듭니다. 이렇게 항체를 이용하는 방식의 항암제를 표적 항암제라고 부르는데요. 항암제가 마치 미사일처럼 암세포를 표적으로 공격한다고 해서 이런 별칭이 생겼습니다. 엔허투 항암제는 이 항체 치료제에 세포독성 물질을 추가로 붙였습니다. 

원미연 / 네, 높아진 암세포 제거 효과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거죠? 

박선혜 / 일본에서는 이미 2020년에 위암과 유방암에 대한 3차 치료에 대한 허가를 받았으며, 미국은 그보다 앞선 2019년 유방암 3차 치료를 시작으로 유방암, 위암, 폐암 등에 대한 2차 치료를 허가해 총 5개의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도 2021년 유방암 3차, 2022년 유방암 2차 치료 적응증을 획득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국제적 트렌드에 맞춰 지난 2022년 9월 유방암과 위암 3차에 대해, 12월 유방암 2차 치료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습니다. 

원미연 / 항체 약물 접합체 ADC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데요. 설명을 돕기 위해 현장 인터뷰 듣고, 질문 이어가겠습니다. 


VCR >> 정재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인터뷰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정재호입니다. 주로 유방암 환자의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Q. 엔허투 HER2 저발현 적응증 확대 의미

A. 사실 HER2라는 표적이 있다고 하는 건 HER2 표적이 과발현, 증폭된 것을 말하는데요. 유방암 세포를 보면 HER2 양성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기준에 맞을 때 표적 치료제니까 효과를 보는 거겠죠. 그전에는 HER2 음성이라 효과가 없었는데요. 엔허투는 3세대 ADC로서 바이스탠더 효과(Bystander killing effect)가 있습니다. 암세포 입장에서 보면 나는 표적이 없으니까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 표적을 발현한 암세포가 있고 ADC가 거기에 효과를 보이면서 주변에 있는 암세포까지 공격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발현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생긴 거죠. 어떻게 보면 HER2라는 표적이 조금만 발현이 돼도, 말 그대로 저발현이 있어도 ADC가 효과가 있다는 것이 여러 임상시험에서 입증됐기 때문에 표적 치료제에 이득을 받을 수 있는 환자들이 훨씬 늘어난 거라고 생각을 하시면 되겠습니다.

Q. 향후 엔허투 예상 치료

A. 유방암에서 보면 엔허투가 아주 많은 치료를 받았던 환자들에서도 효과를 보였고 효과적인 약물이 개발되면서 종양학에서는 조금 더 앞당겨 치료하게 되거든요. 결국에는 조기 유방암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마찬가지로 HER2 저발현에서도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위암, 유방암에서 효과를 보였지만 폐암이라든지 다른 암종에서도 HER2가 발현된 암종에서는 여러 효과를 보여서 아주 좋은 효과를 보이는 항암제가 발견되면 여러 암종에서도 이득을 볼 수 있는거죠. 

Q. 유방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전하는 말

A.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그리고 환자분들은 좋은 약제들이 나오면 기사나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되는데요. 환자나 환자 가족들에게 중요한 건 그런 통계나 숫자가 아니거든요. 이런 효과적인 치료제가 나왔기 때문에 조금 더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희망입니다. 희망을 주는 새로운 약제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고 어떻게든 그런 악제를 우리나라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의료진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의료진을 믿고 열심히 잘 치료를 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원미연 / 네, 정재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런 ADC 치료제는 효과는 좋지만 문제는 약가라고 하더라고요. 이들 약물이 고가 약제인 만큼, 국내 약가 산출에도 어려움이 따르지 않을까요?

박선혜 / 그렇습니다. 엔허투 항암제는 연간 1인당 약 8300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약품으로, 환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졌습니다. 최근 좋은 소식이 들려왔죠. 지난해 5월 암질환심의위원회 통과 후 8개월 만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넘고 건강보험이 적용된 것입니다. 이번 건강보험 적용으로 환자는 417만원만 부담하면 됩니다. 

원미연 / 엔허투에 이어 이번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될 예정인 다른 약물들에 대해서도 살펴볼게요. 어떤 게 있나요? 

박선혜 / 엔허투의 뒤를 잇는 차세대 ADC 약물 2종의 보험급여 등재 논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의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제 트로델비(성분명 사시투주맙고비테칸)와 일본계 제약회인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의 방광암치료제 파드셉(성분명 엔포투맙 베도틴)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하고 약제급여평가위원회 등 후속 논의를 진행 중입니다. 트로델비는 현재 연간 약 2억원, 파드셉도 1회 치료당 700만원을 호가합니다. 고가의 약값으로 비용효과성 평가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던 ADC치료제였지만, 이번에 선봉장 역할을 한 엔허투 항암제를 기반으로 두 치료제 운신의 폭 역시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됩니다. 

원미연 / 네, 얘기 잘 들었습니다. 박선혜 기자, 오늘 이 시간 마무리 하며 ADC 치료제 시장의 향후 전망에 대해 정리해주세요.

박선혜 / 올해 들어 정부가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경제성평가 기준을 개선했는데요. 경제성평가 계량지표로 사용되는 ICER(Incremental Cost-Effective Ratio, 점증적 비용효과비) 임계값을 유연하게 적용하겠다는 방침입니다. ICER 값은 특정 신약을 사용했을 때, 기존 약보다 1년간 수명을 더 연장하기 위해 필요한 증가 비용을 뜻합니다. 보통 신약의 ICER 값이 5000만원 이하일 경우 비용효과적인 것으로 해석합니다. 그러나 최근 허가된 고가의 중증질환 신약들은 ICER 기준값보다 훨씬 높아 경제성평가에서 번번이 탈락하곤 했는데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입니다. 정부는 △새로운 기전 또는 물질 △대체가능한 다른 치료법이 없는 경우 등 5가지 기준을 충족할 경우 경제성평가에서 우대해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급여평가를 통과한 엔허투 역시 이 기준을 모두 통과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를 토대로 향후 획기적인 효과를 입증한 다른 ADC 치료제들도 급여권에 진입할 기회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원미연 / 혁신성이 인정되는 중증질환 치료제는 하루빨리 급여가 적용돼 암환자들의 부담이 경감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노메디 마칩니다. 박선혜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선혜 / 네 감사합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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