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의료 체계, 미룰 수 없다 [데스크칼럼]

합리적 의료 체계, 미룰 수 없다 [데스크칼럼]

기사승인 2024-07-11 09:30:07

우리 국민의 의료 서비스 이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지난 2021년 기준 외래진료 횟수는 평균 15.7회로, OECD 평균인 5.9회의 3배에 달한다. 지난 4일 ‘합리적 의료 이용을 위한 선택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쿠키뉴스 건강포럼에서 발제자로 나선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 국민이 더 아픈 것이 아니라면, 병원을 많이 찾는 이유의 답은 제도에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현행 건강보험 체계는 의료 이용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병원은 의료 행위를 많이 할수록 더 큰 이익을 본다. 건강보험료를 내는 환자 입장에서도 여러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공급과 수요가 팽창을 거듭하는 가운데 시장은 과열됐다. ‘과잉 진료’, ‘의료 과소비’, ‘의료 쇼핑’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잇단 검사·입원 권유에 지친 환자들이 늘어나고, 의사와 병원에 대한 불신도 쌓이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 속에서 의료비 지출은 더 불어날 게 뻔하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는 직접적 요인으로 경계가 필요하다. 국민의 보험료를 꼭 필요한 의료에 효율적으로 투입하는 정책을 가동해야 할 때다.  

정부는 연 365회를 넘어서는 외래진료에 대한 환자 본인부담율을 90%까지 높이기로 하는 등 규제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2021년 한 해 동안 외래진료 이용 횟수가 365회를 넘는 사람은 2550명, 이들에게 투입된 건강보험 급여비는 250억 원 규모다. 정부는 ‘본인 부담 차등화’에 따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진료가 정말 필요한 상태인지, 또 적정 병원은 어디인지 등을 안내하는 가이드를 마련하고 제시하는 작업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재정을 꾀하려면 국민의 건강관리 의식을 높이는 활동도 적극적으로 이어가야 한다. 교육과 캠페인을 상시 전개하는 한편, 지역 의료와 디지털 케어를 접목해 개인이 스스로 건강에 관심을 갖고 살필 수 있도록 이끄는 기반을 다져나간다면 유용한 뒷받침이 될 수 있다. 건강한 생활습관은 질병을 예방한다. 예방은 치료보다 효과적이며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바탕이 된다.

사실상 의료 이용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병원과 의사는 균형 있는 공급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 미국 내과의사재단은 지난 2012년부터 추징 와이즐리(Choosing Wisely)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다. 캠페인은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환자에게 해가 되는 과잉 진료를 없애면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적절한 의료 행위를 하자는 뜻을 담았다. 같은 맥락에서 양보단 질에 대한 성과를 보상하는 체계, 역량을 높이는 인증 시스템 등의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현 공급 체계는 이익은 남지만 ‘지속 가능성’과는 거리가 있다. 거리를 좁혀가는 과정은 불가피하며 능동적으로 이뤄질 때 완충이 가능하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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