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정 “자신에게 ‘좋아요’를 눌러줬으면 해요” [쿠키인터뷰]

김혜정 “자신에게 ‘좋아요’를 눌러줬으면 해요” [쿠키인터뷰]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 작가 김혜정 만나보니
“독자들이 읽고 살아볼 만하다 느끼는 글 쓰고 싶어”
“5년 후에도 전업 작가 위해 하루 3시간은 꼭 글 쓴다”

기사승인 2024-07-20 15:00:02
장편소설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의 작가 김혜정이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밀리의 서재 본사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책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 잃어버린 물건을 누군가 발견해 돌려주는 일상 이야기일까. 분실물을 돌려받는 것도, 일상 이야기인 것도 맞다. 여기에 시간 여행이 더해졌다. 주인공 유혜원(27)은 분실물을 찾아 가라는 전화를 받는다. 그가 찾으러 간 분실물은 초⋅중⋅고 시절 잃어버린 것들이다. 분실물을 받는 순간 과거로 돌아간 혜원은 그때의 자신과 마주한다.

이 책은 ‘500년 째 열다섯’으로 유명한 김혜정 작가의 작품이다. 밀리의 서재 출간 플랫폼 밀리로드에서 연재됐다. 9주 연속 1위를 했고, 밀리의 서재 종합 베스트셀러에도 올랐다. 인기에 힘입어 밀리로드 첫 종이책으로 출판됐다.

이야기가 흘러갈 수 있게 만든 건 ‘혜원의 행동력’이다. 이상한 전화라며, 귀찮다며 찾으러 가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김혜정 작가는 그런 혜원을 닮았다. 김 작가를 지난 11일 서울 마포 서교동에서 만나 이야기 나눴다.

김 작가는 스스로를 글을 못 쓴 사람이라고 이야기했다. “선생님이 너는 글을 잘 쓰는 게 아니라 대회에 나갈 수 없다고 이야기했었다”고 그는 말했다. 이어 김 작가는 “글을 잘 쓰는 친구들은 대회에 나갈 수 있었다. 나는 그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 쓰는 대신 혼자 쓰는 방법을 택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이대로면 영원히 글을 못 쓸 수 있으니, 혼자 써야 겠다’는 생각에 동화를 써 출판사에 보냈다. ‘책을 내주면 이야기를 완성하겠다’는 편지와 함께. 물론, 거절 편지를 받았다.

중학교 재학 시절 출간한 ‘가출일기’가 그의 첫 정식 소설이다. 이후 2008년 장편소설 ‘하이킹 걸즈’로 비룡소에서 주최한 제1회 블루픽션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지금까지 100번 넘는 공모전 도전을 했고, 40여 권의 책을 선보였다.

지난 5월에는 ‘오백 년째 열다섯’ 3권이 나왔다. 2월에는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 지난해 11월엔 ‘디어 시스터’ 등등 다작을 이어가고 있다. 꾸준히 글을 쓰는 동력으로 그는 ‘3시간’을 꼽았다. 하루에 무조건 3시간은 글을 쓴다는 것이다. 5년 뒤에도 전업 작가를 하기 위해서란다. 김 작가는 “1년에 책을 2권 이상은 무조건 내야겠다는 목표가 있다”며 “결과물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오늘 할 일을 하면 뿌듯하고, 글이 모이면 어느 순간 완성돼 있더라”고 말했다.

장편소설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의 작가 김혜정이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밀리의 서재 본사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나는 나를 편애한다’

작가는 혜원을 자신과 가장 닮은 인물로 꼽았다.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어서다. 그는 “이야기를 읽고 공감을 표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지금 10대를 보내고 있는 친구들도 그렇게 말하는 걸 들으며,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한 15살 혜원, 친구와 갈등을 겪은 17살 혜원, 모두 자신이 겪었던 얘기라고 덧붙였다.

나는 나를 편애한다. 김 작가가 독자에게 사인할 때 쓰는 문장이다.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 작품 속 한 챕터 제목이기도 하다. 그는 “강연에서 자신을 편애해야 한다고 말하면 가장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여서다. “내가 나를 좋아해야 다른 사람에게도 애정을 베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SNS 보면 하트 모양이 있다. 다른 사람한테만 누르고, 다른 사람이 눌러주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좋아요’를 눌러줬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 역시도 쉽지 않았다. 10대⋅20대 시절에는 “스스로 많이 미워하고, 단점만 찾았다”고 털어놨다. 자신을 좋아하기 위해 “20대 중후반부터 ‘내가 나를 좋아해야지’ 하면서 연습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27살. 김 작가가 슬럼프에 빠진 때다. 그는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책이 나와도 알려지지 않고, 팔리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어느 날, 10대 때 썼던 일기를 봤다. ‘작가 등단만 하면 진짜 열심히 쓸 거 같아. 너무 행복할 거 같아’라는 내용이 많았다”며 “10대 김혜정이 지금 날 보면 화내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날 이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가 나왔다.

밀리의서재가 지난 4월26일 서울 여의도동 더현대 서울에서 첫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사진=이영재 기자

“5년 전엔 못 쓸 거라 생각한 글 쓰고 싶다”

책 주인공 대다수가 10대, 20대다. 어른이 돼서도 청소년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이유로 그는 ‘자기 자신’을 꼽았다. 김 작가는 “10대에 읽었어야 했는데 못 읽은 이야기들이 있다. 10대 김혜정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쓴다”고 했다.

세상을 살아볼 만한 곳으로 느끼길 바라는 마음을 이야기에 담는다. “미워하는 마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세상을 좋아한다. 세상이 조금은 나아지고 달라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다. 읽는 이들이 ‘살아볼 만 할 것 같다’는 은은한 따뜻함을 느끼는 글을 쓰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최근 관심 분야는 공상과학(Science Fiction)이다. 판타지 이야기를 쓰며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동화를 쓰며 세계가 넓어졌다. 현실을 기반으로 한 판타지 이야기들에 매력을 느껴, 그런 이야기를 더 쓰고 싶다”고 했다.

“5년 전에는 쓰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 글을 쓰고 싶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인을 대상으로 한 소설을 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학교 강연을 가면 학창 시절 내 책을 읽었다는 선생님들을 만난다. 10대가 20대로, 20대는 30대가 된다. 이들이 주인공인 글을 써나가고 싶다”고 김 작가는 덧붙였다.

한편,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는 보다 다양한 모습으로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밀리의 서재는 지난달 제작사 아트컴퍼니 행복자와 공연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에는 책 속 동잠 문방구를 구현한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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