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이슈 마주한 글로벌 해상풍력업계...韓 국산화 영향은

통상이슈 마주한 글로벌 해상풍력업계...韓 국산화 영향은

- EU, 대만 자국 공급망 우대 ‘제동’
- 저가 중국산 유입, 글로벌 공통 숙제
- “국산 활성화 필수, 주요국 대화 확대해야”

기사승인 2024-08-09 06:04:04
제주 탐라 해상풍력발전단지. 연합뉴스 

글로벌 재생에너지 분야를 리드하고 있는 EU(유럽연합)가 해상풍력 주요국인 대만의 자국 공급망 우대정책에 제동을 걸면서, 한국의 국산화 확대 움직임에도 다소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해상풍력 시장의 성장에 따라 국제통상 이슈도 늘고 있어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 무역 총국은 지난달 26일 WTO(세계무역기구)에 대만의 해상풍력 자국 공급망 우대정책(LCR, Local Content Requirement)이 국가 간 공정무역에 위배된다며 분쟁 해결 협의를 공식 요청했다.

지난 2016년부터 국가 차원의 해상풍력 산업 육성에 나선 대만은 미흡한 자국 공급망 강화를 위해 단계별 프로젝트를 통해 LCR 비율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마무리된 ‘Round3-1’ 입찰에선 LCR 비율을 60%로 제시했었는데, 자국 공급망이 부족해 당초 목표 보급 용량인 3GW(기가와트) 중 2.3GW 용량을 선정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만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Round3-2’ 입찰에서 LCR 비율을 소폭 낮추는 대신 ‘대만 내 공급망이 준비되지 않은 일부 특정 제품·서비스는 LCR 기준에서 예외로 둔다’는 조건을 달아 자국 공급망 우대의 끈을 놓지 않았다.

EU 집행위원회는 “대만의 LCR 조건과 해상풍력 단지 입찰 기준 등이 외국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WTO 약속과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대만과 EU는 생산적인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협의 기간 동안 상호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찾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U는 60일 이내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경우 WTO에 패널 설치를 요청할 수 있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WTO 패널은 회원국 간 자율적으로 이견을 좁히지 못할 시 분쟁을 조정해주는 사전해결기구다.

재생에너지 분야 ‘공룡’인 EU는 지난 2022년 영국의 LCR 비율에도 반기를 들어 입장 철회를 이끈 바 있다. 같은 해 우리나라 역시 국산 부품 비중이 50%를 넘는 사업에 최대 4.9배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제공하는 LCR을 도입했었으나, EU의 압박에 지난해 4월 제도를 폐기했다.

대만은 현재 “‘레드 공급망’을 피해야 하는 등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레드 공급망은 중국 기업이 포함된 공급망을 뜻한다. 중국산 해상풍력 부품은 국산·유럽 제품보다 30~40%가량 저렴해 우리나라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해상풍력 정부 입찰 사업 5건 중 2건이 터빈 등 핵심 부품에 중국산을 사용한 업체가 낙찰받기도 했다.

다만 이는 최근 유럽도 안고 있는 고민 중 하나다. 중국의 풍력터빈 제조사 골드윈드(Goldwind), 밍양, 윈디(Windey)는 현재 유럽 시장 점유율이 1% 미만이지만 지난해 수주량이 1.2GW에 달하며, 올 상반기에만 중국산 터빈에 대한 유럽 주문이 546MW에 이른다. 독일풍력발전협회는 “과잉 생산으로 인해 중국 기업이 유럽 시장에 범람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제품에 대한 문제는 우리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도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복합적인 문제”라며 “EU 등 해외 국가들과 꾸준한 대화를 이어감과 동시에, 국내에선 합리적으로 국산화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법·제도의 세밀한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정부는 지난 8일 ‘해상풍력 경쟁입찰 로드맵’을 발표하고, 오는 10월 공고되는 해상풍력 경쟁입찰에서 ‘비가격 지표’의 비중을 늘렸다. 향후 해상풍력 설비를 운영할 때 도청, 해킹 등에 취약한 해외 우려 기자재를 사용하거나, 외국계 자본이 국내 해상풍력 공급망을 잠식할 우려 등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특히 지난해 입찰에서 가격 위주의 배점이 국산 공급망의 매력도를 낮췄다는 평가와 국산 공급망 산업의 성장 필요성에 따라, 가격 지표 배점은 낮추고 안보·공공역할, 국내 공급망 기여도, 유지보수 역량 등 산업경제효과와 거점·유지보수 배점을 높여 간접적으로 국내 공급망 활용을 유도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0월 공고될 해상풍력 경쟁입찰을 대비해 9월 중 설명회를 개최해 세부 사항을 안내할 예정”이라며 “향후 순차적으로 주요 세부 과제별 후속 정책 수립을 관계 부처와 추진하고, 무탄소에너지와 재생에너지의 균형 있는 육성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해상풍력업체 한 관계자는 “그간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해 국내 풍력산업 공급망이 충분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통상이슈에 적극 대응하면서도 국산 공급망을 보호할 수 있는 일관된 정책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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